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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vs 미국사회

미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종현이가 처음 학교 가던 날, '참 많이 컸구나' 하며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학부모가 되었구나' 하는 책임감도 많이 들었다. 이제 학부모 2년차가 되었는데 미국 학부모와 한국 학부모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종현이는 이제 미국 초등학교 1학년이라 내 생각이 미국 학부모의 평균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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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 @ home)


미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 어떠한지를 참 잘 표현한 만화 같다. 우선 당연한 일이지만 매일 아침 학교에 데려다 주고 또 끝나면 데려 와야 한다. (다행히 종현이는 스쿨버스를 타고 다녀서 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주고 데려오면 된다.)  거기다 미술이나 음악학원 다니면 학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축구나 야구 등 체육활동을 하면 연습시간, 게임시간에 맞춰서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주말에는 친구 생일파티 있으면 거기 쫓아다니며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또 기타 이런 저런 아이들 행사가 있으면 같이 다녀와야 하고....

한국에서는 이 중 많은 부분을 '학원버스'가 대신 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 모두를 '엄마표 택시(mom's taxi)' 가 해야 한다. (때로는 만화에서처럼  '전업주부 아빠' Adam Newman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중교통이 덜 발달한 미국이다 보니 (또 중소도시일수록 더) 자가용이 버스, 택시의 역할을 다 해야 하고, 이는 엄마 (혹은 아빠)가 아이들을 위한 택시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 도시에서는 아이들 데려다주고 데려오는서비스를 전문으로 해주는 '아이들 택시 (Kids Taxi, Children Taxi)'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또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보조교사 역할, 아이들 통신문 복사, 학부모회 참여 등 학부모들의 다양한 자원봉사(volunteer)를 많이 요구한다. 예체능 과외활동의 경우에도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나 행사 당일의 간식준비 등 많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 자원봉사 문화가 발달해서 그런지 많은 학부모들이 정말 바빠서 시간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원봉사도 열심이다.  종현이 또래는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가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 엄마들도 능력이 되는 한 열심히 참여하고 싶은데 영어가 안되서 못하는 경우가 가끔(이라 쓰고 '많이'라 읽는다) 있다.

그런데 형제(혹은 자매, 혹은 남매)가 많고 또 다른 학년이면 더 피곤하다. 아침에는 같은 시간에 학교에 가지만 끝나는 시간이 다르니 한 아이 끝날 때마다 가서 데려와야 한다.  (여기서는 방과후 저학년 동생이 혼자 남아서 학교에서 놀면서 형(언니, 오빠)을 기다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수업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 과외활동도 (남자아이, 여자아이 취향따라) 아이들마다 다를테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과외활동도 늘어나니 정말 그만큼 '엄마표 택시'는 바빠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혼자 운전하고 다닐 수 있게되면 (16살부터 운전 가능) 마치 어린 아이가 기저귀 뗀 것처럼 한 부담 덜지만 운전하는 아이들 걱정으로 쉽게 '택시기사 졸업'을 못한다. 또 늦둥이라도 있는 집이면 큰 아이 끝났다 싶을 때 다시 '픽업(pick up)인생' 시작하는 것이고....

이것이 미국에서의  학부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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