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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vs 미국사회

미국에서 길찾기 vs. 한국에서 길찾기, 그리고 네비게이션 시스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미국의 주소체계는 우리와 정반대다. 즉, 번지수 -> 길 이름 (street) -> 도시 (city) -> 주 (state) -> 우편번호 (zip code) 순으로 적혀있다. 예를 들어, 종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주소는 "5151 Amalfi Drive, Irvine, CA 92603"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주소만 있으면 길찾기가 (적어도 나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우선  구글, 야후, 맵퀘스트 등의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서 지도를 확인하고 동서남북 방향만 익히면 거의 끝난다. 번지수가 차례대로 진행되어서 (한 쪽에는 홀수 번지수만, 길 건너편에는 짝수 번지수만 있음) 일단 원하는 길에 들어서면 거의 놓치지 않고 찾을 수 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해당 지역의 특징적인 건물이나 상점을 위주로 길찾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 특히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지하철 역을 시작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하철 역 몇 번 출구로 나오면 XX가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 해서 몇 미터 가면 OO가 나오는데..." 이런 식이다. 요즘에는 한국도 주소체계를 서양식으로 길이름, 번지수를 이용하게끔 한다는데 얼만큼 실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익숙하게 사용해 오던 동네 이름에서 어색한 길 이름으로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요즘엔 GPS를 이용한 내비게이션(navigation)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보편화 되어 가는 것 같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속도감시 카메라의 위치까지 달려준다고 해서 더 인기라고 들었다. 미국에서 지내는 5년 동안 네비게이션 없이도 길찾기의 어려움 없이 지내왔는데 요 며칠 내비게이터를 이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써 보니 편하긴 하다. 인터넷에서 지도보면서 길을 익힐 필요도 없이 그저 네비게이터가 가라는 대로 움직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또 근처의 식당, 주유소, 은행 등에 대한 정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익히 다니던 길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최단 거리만으로 계산해서 (그런데 시간상으로는 더 걸리기도 하는) 길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내비게이션을 충분히 안 써 봐서 최단 시간 경로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사람은 유료도로(Toll Road)로 가게해서 어쩔 수 없이 통행료를 지불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내비게이션만 이용하다 보면 길은 잘 찾아도 정작 그 지역의 길(지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될 것 같다. 아니, 지리를 익혀야 겠다는 필요를 못 느끼게 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방 기계의 반주와 가사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노래는 잘해도 정작 노래 가사는 제대로 못 외는 것처럼, 또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보다는 지하철만 타고 (땅 속으로만) 다니는 사람이 지리를 빨리 못 익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