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한국에서는 해당 지역의 특징적인 건물이나 상점을 위주로 길찾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 특히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지하철 역을 시작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하철 역 몇 번 출구로 나오면 XX가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 해서 몇 미터 가면 OO가 나오는데..." 이런 식이다. 요즘에는 한국도 주소체계를 서양식으로 길이름, 번지수를 이용하게끔 한다는데 얼만큼 실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익숙하게 사용해 오던 동네 이름에서 어색한 길 이름으로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요즘엔 GPS를 이용한 내비게이션(navigation)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보편화 되어 가는 것 같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속도감시 카메라의 위치까지 달려준다고 해서 더 인기라고 들었다. 미국에서 지내는 5년 동안 네비게이션 없이도 길찾기의 어려움 없이 지내왔는데 요 며칠 내비게이터를 이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써 보니 편하긴 하다. 인터넷에서 지도보면서 길을 익힐 필요도 없이 그저 네비게이터가 가라는 대로 움직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또 근처의 식당, 주유소, 은행 등에 대한 정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익히 다니던 길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최단 거리만으로 계산해서 (그런데 시간상으로는 더 걸리기도 하는) 길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내비게이션을 충분히 안 써 봐서 최단 시간 경로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사람은 유료도로(Toll Road)로 가게해서 어쩔 수 없이 통행료를 지불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내비게이션만 이용하다 보면 길은 잘 찾아도 정작 그 지역의 길(지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될 것 같다. 아니, 지리를 익혀야 겠다는 필요를 못 느끼게 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방 기계의 반주와 가사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노래는 잘해도 정작 노래 가사는 제대로 못 외는 것처럼, 또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보다는 지하철만 타고 (땅 속으로만) 다니는 사람이 지리를 빨리 못 익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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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하나 보내봐요. 저도 그런 생각 한적 있었거든요.
일부러라도 더 머리를 사용하려구 노력중입니다 ^^a
맞아요. 전화번호도 안 외우게 되는 요즘이죠. 그러다 핸드폰 잃어버리거나 망가지면 난감해지고... 편한 기계에 길들어지는 우리들이 되어가는 느낌이죠.
미국의 GPS 시스템에 관한 블로그 글을 찾다보니 CeeKay 님의 블로그에 다시 오게 되었네요. ^^;; GPS 의 미국에서의 엉뚱한 활용에 관한 글을 하나 써서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번지수와 길이름으로 바꾸는 중인데, 오래된 습관이라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것 같네요. 그런데, 놀라운건 우리나라에 온 미국사람들은 이정표에 있는 도로번호와 간단한 지도만 가지고도 길을 잘 찾더군요. 저도 해 봤는데, 우리나라식으로 길 찾는것 보다 더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