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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vs 미국사회

(쓰레기) 버리는 데 익숙해지는 미국생활

미국와서 제일 처음으로 미국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쓰레기 처리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개별 주마다 혹은 도시마다 다른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은 우리나라만큼 쓰레기 분리수거가 철저히 되고 있지 않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재활용품 포함)에 대한 분리수거가 없다. 아내의 제일 큰 불만은 한국에서처럼 쓰레기 재활용을 안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 사는 아파트 앞에는 (유리병, 플래스틱 병, 캔류, 신문 및 종이류) 재활용품 수집함이 있지만 따로 재활용품을 수거할 수 있는 통이 없는 곳도 많이 있다. 또 캔도 알루미늄 캔 위주로 재활용을 하는 것 같고, 우유팩은 분리수거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처럼 재활용품 따로 구분 안하고 버릴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내는 늘 그것이 불만이다.

학생들의 이사철(졸업이 있는 여름방학 초기, 새학년이 시작되는 여름방학 마지막 기간)에는 이사가는 집들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아파트 동 2-3개에 하나씩 있는) 그 큰 쓰레기통도 금방 차고 넘친다. 침대, 식탁 등의 부피가 큰 가구는 물론 TV, 소형 냉장고,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도 그냥 내다 버린다. (원칙적으로 그런 쓰레기만 처리하는 곳으로 가져가서 버리거나, 재활용 센터에 전화해서 가져가라고 해야 하지만 귀찮다보니 그냥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그 중에 재활용 될만한 것들은 필요한 집에서 알아서 가져가기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쓰레기량이 많다.

두 번째는 정말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패스트 푸드점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음식점에서도 식당안에서 먹는 경우(dine-in)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회용품만 쓴다. 식당 안에서 먹더라도 음식 접시와 일부 식당의 음료수 컵 이외에는 포크, 젓가락 등을 일회용으로 쓰는 곳도 많다. 또 샌드위치 가게 등에서는 샌드위치 주문을 받아 샌드위치를 만들 때마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바꿔야 한다고도 들었다. 또 식사후 찾게되는 커피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당연히 일회용 컵에다 준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커피가 뜨겁다고 컵을 두 개씩 겹쳐주기도 한다. (실제로 예전에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시켜먹던 어느 할머니가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었는데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거액의 배상금을 탄 사건이 있었는데 그 후로 커피 온도가 낮아졌고, 또 테이크아웃(take-out) 컵에는 화상위험에 대한 경고문구가 있고컵을 겹쳐 주거나 한다고 들었다.)

일회용품의 또다른 주범은 피크닉이다. 주말, 공휴일만 되면 가족, 친구들끼리 바닷가 혹은 가까운 공원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바베큐 파티를 하는 문화가 보편적인 이 곳에서는 그만큼 음식물 쓰레기와 더불어 일회용품 쓰레기가 넘쳐난다. 물병, 음류수 캔 등은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재활용품을 따로 수거하는 쓰레기통은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큰 공원같은 데서는 주말에 쓰레기통을 돌아다니면서 빈 물병, 음료수 캔등을 수거해 가는 사람들도 있다. (종현이의 재활용품 수입을 따져 봤을 때 좀 규모가 큰 공원에서는 그 하루만에도 짭잘한 수입이 될 것 같다.)

끝으로 값은 싸지만 (그래서) 질이 떨어지는 아이들 장난감, 생활용품 등도 쓰레기를 늘리는 원인이다. 아이들 행사나 친구들 생일파티에 다녀오면 구디 백(Goodie Bag)이라고 자잘한 아이들 장난감, 학용품 등이 있는 가방을 받게 되는데 정말 몇 번 쓰다보면 망가지는 것들이다. (중국의 '세계의 제조공장'이 되어 버렸지만 대부분의 중국산이 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받아오기는 하면서도, 또 아이가 잠시 즐거워 하기는 하지만 곧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이 필요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문화 속에서 몇 년을 살다보니 나 자신도 버리는 데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식을 할 때도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지저분해지는 게 당연하데 냎킨이나 휴지, 그 외 일회용품들을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고, 안 쓴 것들도 그냥 버리고, 음식물 먹다 남은 것 다 싸 올 수도 있는데도 귀찮다고 안 싸 오거나 기껏 싸와서 버리곤 한다. 아이들이 크면서 잘 안 쓰게 되는 장난감이나 아이들 용품도 처음에는 물려줄만한 아이 찾아 보았는데 요즘에는 그것도 귀찮다고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나마 그냥 (재활용품 통에) 내다 버리던 빈 물병과 음류수 캔 등은 종현이를 위해서 열심히 모으고 있다.

엊그제 인터넷 뉴스에서 '빨랫줄의 ‘컴백홈’…미 ‘건조기 대신 빨랫줄’ 운동' (한겨레)이라는 제목을 보고 '정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운동'까지는 아닌 것 같고 일부 그런 사람이 있다 정도의 내용인 것 같은데 제목이 좀 과장된 것 같다. 그러면서 '빨래줄 운동'보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문화가 발달(!)한 한국을 더 많이 배우는 운동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이렇게 환경을 걱정하는 척, 우리 자녀세대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척 하면서도 또 계속 버리는 데 익숙해지는 내가 되지 않을까 내심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