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이 곳의 분위기는 (이 곳은 아시안계가 오히려 다수이긴 합니다) 한국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감이 표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은 범인이 한국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당신들이, 그리고 당신들의 자녀들이 무슨 해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십니다. 또 이곳 미주 한인들보다 본국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민감한 반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자협정, 더 나아가 FTA까지 문제되는 것은 아닌가 하며 국가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염려까지 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몇몇 신문만평이나 인터넷의 글 들 중에 '왜 하필이면 한국사람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범인이 한국사람
(혹은 한국출신)이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중국인이라는 오보가 있었죠) 우리는 이 사건에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될까요? 범인의 출신 국가 사람들을 범죄인 취급하고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미워했을까요? 그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죠.
제가 카투사(KATUSA)로 군복무를 했던 1992년에 동두천 미군부대 주변에서 한 주한미군이 술집여종업원 윤금이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카투사들과 미군병사들간에 대화의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들이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어쩜 이럴수냐 있냐는 식으로... 그랬더니 미군 병사들의 답변은 "Shoot him! (그 놈 쏴 죽여!)"였습니다. 즉, 그 사건을 저지른 그 주한미군 사병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지 자기들이 (미국인이라고 해서) 사과하거나 미안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 사건에 대한 대부분의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생각 역시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 사건은 한국사람의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가 아닌, 한 개인의(그 사람의 국적에 상관없이) 사회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의 잘못된 표출이지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소외된 조승희와 같은 이웃을 돌보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대화하며 사랑으로 감싸주어, '우리'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기고]미국 거주 한인 1.5세 시드니 손 변호사
‘사과·사죄’ 옳지않고 한미관계 우려 어이없어
- 조선일보: [시론] '조승희 개인' 문제 라곤 하지만…
애써 무관한척 하고 싶어도 코리안 이미지 실추 불가피
진솔한 유감·사과의 자세로 국가 ‘이미지 위기’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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