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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vs 미국사회

미국에서 살려면 때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난 주 금요일(6/8) 저녁에 아내와 아이들만 탄 차가 교통사고가 났다. 직진하던 중에 정지(STOP) 표지판이 있는 왼쪽 길에서 다른 차가 표지판을 깜빡했는지 그냥 좌회전을 하다 우리 차의 뒷문 쪽(종현이가 탄 쪽)을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고 아내와 아이들 모두 무사했지만 차는 뒷문쪽이 많이 망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차를 수리도 못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사고 났고 주말에는 보험사 직원(agent)이 쉰다고 사고 신고만 받았지 아무런 조치를 해 주지 않는다. 당장에 차가 필요해서 렌트카를 이용했는데 우선 우리 돈으로 계산하고 나중에 되돌려 받아야 한단다. 또 한가지 문제는 우리가 지난 번에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면서 보험료를 줄여보려고 차도 오래되었고 해서  자차보험(collision coverage)을 안 들어서 우리 보험을 이용해서 우리 차 수리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으므로) 상대방의 보험으로 수리를 해야하는데 상대방 보험회사 쪽에서 아직 상대방 운전자(고등학생이라 저녁시간에만 시간이 되는데 아직 통화를 못 했단다)의 진술을 들어보지 못해서 아내의 말만 듣고 누구의 과실인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단다. 물론 우리 돈을 내고서라도 차를 수리하고 나중에라도 상대방의 과실이 분명하다고 결정이 나면 모든 수리 비용을 돌려받을 수는 있겠지만 우선 차수리에 큰 돈을 쓸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뿐더러 그 돈을 돌려받으려면 또 몇 개월이 걸릴지 몰라 상대방의 보험으로 수리를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린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건만 아직 상대 보험회사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없다.

오늘(토요일)도 어차피 에이전트에게 연락이 안되니 보험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직접 자동차 정비소(auto body shop)에라도 맡겨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보험회사와 거래하는 정비소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더니 저장된 기계음성만 들리며 '주말은 쉰다'는 소리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근무시간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라고 하였다). 한국같았으면 당연히 보험회사 직원이 직접 찾아오든 전화로 하든 이미 자동차 수리도 마쳤을테고, 아픈 곳이 있으면 계속 치료만 받으면 될 일인 것 같은데 여기서는 왜 이리 느리게 일처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오래 산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보통 자동차 사고 완전히 수습하고 비용 정산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의 일처리를 보고 있자면 가끔은 정말 인내심이 요구될 정도로 답답할 때가 있다 (경험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면허증이나 자동차 등록 등의 문제로 차량국(DMV : 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 가보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음에도 그들의 일처리는 전혀 신속하지가 않다.)

아니면, 늘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 사람의 성격이 급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