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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아이들의 지난 겨울 이야기 1

제법 추웠던 겨울도 이제는 거역할 수 없는 봄기운에 그 힘을 잃어가고 조만간 여기저기 봄꽃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 봄이되면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소생을 하듯 나의 일상도 게으름을 이겨내고 부지런해졌으면 좋으련만...

캘린더에는 주말마다 사진 정리하면서 아이들 이야기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고, 카메라 메모리 용량때문에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면서 이야기 소재도 생각은 해 두었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이면 이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이메일 알림이 날아오건만 게으름때문에 이제서야 아이들의 겨울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12월~2월 이야기를 한꺼번에...^^)

1. 눈이 많았던 겨울, 그러나 사진은 별로 없네.

지난 겨울은 눈이 제법 많이 왔던 것 같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그런 것일까? 사진을 정리하면서 봤는데 눈과 함께 한 사진이 거의 없다. 제법 눈답게 내리던 지난 12월 어느날 말고는 사진다운 사진이 없다. 이게 모두 게으른 아빠, 엄마 때문인 것 같다. 아니면 아이들도 눈이 너무와서 시큰둥해진 것이었을까?

 
(눈이 오던 12월 어느날)

겨울이 시작될 때는 아이들 데리고 눈썰매라도 타러 몇 번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겨울 끝무렵에 눈없는 (도심) 눈썰매장만 잠시 다녀왔을 뿐이다. 얘들아, 다음 겨울에는 꼭...^^;


(눈이 없는 눈썰매장: 성남 종합운동장)

2. 겨울방학 겸 크리스마스 여행: 설악산, 속초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속초를 찾았다. 우리가족, 종현이 반 친구 2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 늘 그렇듯이 많은 것을 할 것처럼 가지만 결국 별달리 한 것없이 돌아오는 여행이었지만 아이들은 그냥 친구들과 함께 같이 자고 먹고 하는 것이 즐거웠나 보다.
 
(설악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난 봄에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던 설악산(관련글 - 속초여행, 동해 일출을 보다)은 추워서 (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갔기때문에) 입구에서 증명사진(?)만 찍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케이블카도 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종현이와 함께 권금성까지 올랐다. (사실 나는 게을러서 중간쯤에서 돌아오려고 했는데 종현이가 힘들어하면서도 한 발 한 발 끝까지 가는 바람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설악산 권금성)

겨울바다는 그리 볼만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뛰고 달리고 또 뛰고 달리고...그러고도 체력이 남아 숙소로 돌아와서는 농구하고, 숨바꼭질하고... 아이들이 좋아했으니 다행이었던 여행!

사진 더 보러가기: http://photo.CYJN.com (새창이 열립니다.)

3. 종현, 스케이트 배우다. 덕분에 디지털 카메라 경품까지~!! ^^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유익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게으름때문이면서도 시간탓이라는 핑계로 제대로 못해주는 부분이 많지만 지난 겨울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고, 다행히 해 줄 수 있었던 것이 '스케이트 타기'였다. 아이들의 운동재능 여부를 떠나 얼음판위에서의 놀이로 경험하며 그냥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격이 저렴한 '광화문 광장 스케이트 강습'을 시켜줬다.주은이는 아직 어린 듯해서 못했지만 다행히 종현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인지 무척 좋아하고 즐겼다.

 
(광화문 스케이트장: 처음에는 꽁꽁 둘러싸고, 나중에는 땀나서 벗고)

어느 토요일에는 온 가족이 광화문광장을 함께 찾았다. 아빠의 녹슬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스케이트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무딘 스케이트 날만큼이나 아빠의 기량은 도무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무뎌져 있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의 광화문 광장 나들이 덕분에 '광화문광장 사진 콘테스트'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디지털 카메라가 당첨되는 행운을 경험했다. 사진 콘테스트였는데 사진 보다는 이벤트 응모내용이 심사자의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 사진은 달랑 이 사진 하나였는데....
(아빠와 함께 스케이트 타기)

사진 더 보러가기: http://photo.CYJN.com (새창이 열립니다.)

<당시 이벤트 응모하며 함께 올렸던 글>
재작년까지 미국의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다와서 아이들이 겨울다운 겨울을 못 체험하고 살았는데 올 겨울에는 겨울다운 겨울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눈도 많이 오고, 추울땐 엄청 추워 눈만빼고 꽁꽁 싸매고 돌아다니고...

내가 자랐던 춘천은 바로 집앞이 소양강이라 여름에는 물놀이 수영장,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 되곤 하였다.

30년 전 이맘때의 겨울에 누나가 타던 스케이트를 몰래 들고나가 혼자서 비틀비틀대며 한 걸음 한 걸음 스케이트를 익혀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광화문 광장에 스케이트장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과 새로 조성되었다는 광화문 광장도 거닐겸,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을 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광장을 찾았다. 혼자서 엉금엉금거리며 배운 스케이트 실력이지만 아직 녹슬지 않은 솜씨겠지 싶었는데 나이탓인지 둔한 운동신경탓인지 쉽지 않다. 이리 비틀 저리 기우뚱 안 넘어지기위해 안간힘만 쓰고 있다.

며칠 강습을 받은 덕인지 제법 스케이트를 즐기는 아들 녀석이 아빠의 뒤뚱뒤뚱 비틀비틀 거리는 모습이 우습다며 연신 낄낄거린다. 아내도 아들한테 스케이트 가르쳐주겠다더니 오히려 아들한테 배워야 할 형편이라고 핀잔이다.

아무렴 어떠랴. 서울의 한 복판에서 아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 겨울 햇살을 즐기며 행복하면 그만이지.

아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며 30년 전의 내 모습을 떠 올리고, 지금 아들 녀석도 30년 뒤 다시 지금의 아빠로서의 내 모습으로 자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꿈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