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일기(블로그)에서 얼마나 솔직해 질 수 있을까?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블로그도 일종의 일기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블로그의 어원이 웹(web)+기록(log)), 일반적으로  블로그는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공개를 목적으로 하고 개인의 일기는 비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기록이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나도 어린시절 그림일기를 비롯하여 방학숙제용 일기를 써 본 적은 있다. 그러나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기록의 습관이 부족하고 게으른 탓인지 중학교 이후로 일기를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이를 합리화하는 스스로의 논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공개가 목적인 일기도 결국에는 누군가에 의해 공개되고 만다 (난중일기, 안네의 일기를 보라). 따라서 언젠가 공개될 경우를 의식하다 보면 100% 솔직한 글을 쓰기 힘들다. 그러므로 솔직할 자신이 없이 (언제가 내 일기를 읽게 될) 남을 의식하면서 쓰는 일기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 특히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 민감한 성격의 나는 말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가끔 비슷한 의문이 든다. 사람들은 블로그에서 얼마나 솔직해 질 수 있을까? 아무래도 타인이 많이 읽어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개를 목적으로 쓰는 글들이니 읽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의식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블로그의 글을 반말(-하다)로 할 것인가 높임말(-해요, 합니다)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내 생각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보통은 '-하다체'를 사용하는데 특별한 경우 높임말로 글을 쓴다. 특별한 경우란 분명히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부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하다체'를 써야 그나마 좀 더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독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높임말로 쓰여진 글이 보다 친근감이 들고 애정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아마 계속해서 나만의 '개똥논리'대로 일기는 안 쓰고, 블로그는 하다체의 글로 쓰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제 블로그의 '-하다체' 포스팅에 저를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

* 가끔은 정말 개인적인 일기처럼 비공개 글을 좀 작성해 볼까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블로그도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블로그에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담고 나중에 보여 주려고 하는데, 비공개의 나의 개인이야기까지 우리 아이들이 보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종현이와 주은이를 의식하면서 쓰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