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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학생일 땐 직장인이 부럽고, 졸업하니 학생이 부럽고...

"그래도 학생일 때가 제일 편하지"

대학 다닐 때 졸업한 선배들한테서 혹은 일찍 직장생활을 하게 된 동기들한테서 자주 듣던 말이다. 나도 미국 오기 전까지 직장생활을 3년 반 정도 했는데 학생일 때는빨리 졸업하고 직장생활 하고 싶더니, 막상 직장 생활을 하니 방학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돈이 없다는 것과 중간, 기말고사 시험을 빼고는) 여러모로 학생일 때가 더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로 공식적인 유학생 신분이 끝났다 (I-20 만료).[각주:1] 박사과정까지 다 했으니 이제는 아무래도 더 이상의 학생신분은 없지 않을까 싶다.


(졸업식은 1년전에 했는데, 졸업은 이제 했다)

졸업을 하고나니 바뀌게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지난 유학기간 동안 살았던 학교내 학생아파트에서 나가야 한다. 학교 안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좀 낡긴 했지만 외부아파트에 비해 절반 정도의 렌트비에 전기, 수도 등의 사용료(utility)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경제적으로 정말 도움이 되었다. 이제 이 곳에서 7월말까지만 살 수 있다.

둘째, 종현이와 주은이가 다니던 방과후 프로그램과 어린이 집 서비스가 끝났다. 종현이는 아빠의 유학생활과 더불어 6년간 혜택을 받았고, 주은이도 2년 동안 다녔었는데 이제는 외부 서비스를 찾아보던지, 집에서 엄마, 아빠와 지내야 한다. 외부 서비스에 아이들을 맡기려면 종현이의 경우 한 달에 $500 정도, 주은이의 경우 $800-900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릴수록 손이 많이 가게 되므로 비싸다.) 그 동안은 (저소득인) 학생가족의 자녀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매달 내는 비용에 차이가 있다.)[각주:2]그런데 졸업을 하게 된 지금은 더 이상 그런 혜택을 꿈꿀 수 없다.

셋째, 사소한(?) 것이지만 학교내 학생아파트에서는 케이블 TV, 인터넷도 공짜였는데 나가서 살게되면 이것도 다 내 돈내고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이 혜택들을 돈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적어도 $2,000 이상은 되는 것 같다. 1년이면 거의 $25,000 이상이다. 그러다보니 나같이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사람은 학생으로 오래 있을수록 돈을 버는(?) 셈이다. 왜냐하면, 졸업하고 취업한다고 해도 지금의 생활비 수준에서 세금을 제외하고 매월 $2000 이상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다. 박사학위 받았다고 수입에서 뭐 대박이 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결국 졸업하고 돈 문제가 있다 보니 "학생일 때가 좋았지" 싶다. 그래도 "나, 다시 돌아갈래~!!" 하고 외치고 싶지는 않다. ^^

  1. 학업을 마치고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취업을 해서 일을 할 수 있는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 기간도 신분상으로는 학생기간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지만 학생신분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 [본문으로]
  2. 다른 주의 유학생들과 비교해 볼 때 이 학교의 큰 혜택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