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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이야기

한 박자 느린 방송 보기

한국과 미국(서부)는 17시간 시차가 있다.
미국은 여름에 섬머타임제(Daylight Saving Time)가 있어서 요즘은 18시간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밤 9시 뉴스를 하는 시간은 여기는 그 전날 새벽 5시가 된다.

이 곳에서 나오는 한국방송에서도 밤 9시가 되면 한국의 9시 뉴스가 방송된다. 위송방송이 아닌 공중파로 저녁시간에만 한국방송을 해주는 채널이 두 개 있는데 각각 KBS와 MBC 프로그램들을 방송해준다. 그런데, 이미 한국에서 18시간 전에 한 방송을 여기서는 'News'라고 방송한다. 그래도 방송을 보면 날짜는 같다.(한국의 7월 12 방송이 하루 늦게 방송이 되도 여기는 7월 12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이미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서 알고 있다. 단지 알고 있는 소식을 화면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가끔은 여기 방송사에서도 융통성 있게 속보(?)를 전해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월드컵때 한국-토고전 소식을 9시 뉴스로 봐야 했다면 이겼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9시 뉴스에서는 경기 전의 소식을 봐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날은 한국의 아침뉴스가 속보처럼 방송되는 것이다.

뉴스는 그나마 하루 차이지만 드라마나 다른 방송프로그램은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도 넘는 시차가 있다. 추석, 설날도 훨씬 지난 후 (여기서 보는) 방송드라마에서는 명절준비로 바빠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런 시차가 생기는 이유는 비디오 가게의 영업권 때문이란다. 여기 있는 한국 비디오 가게들은 한국의 영화나 TV 방송을 녹화해서 대여를 하는데 방송에서 시차도 없이 해버리면 사람들이 비디오 빌려 볼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방송사에 항의를 한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하긴, 안그래도 영화나 드라마니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세상이라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을텐데 그렇게라도 해서 생존권(?)을 지켜야지..

이런 불평을 하면 한국 방송이 전혀 없는 다른 주에 사는 친구들은 투정부린다며 핀잔이다. 거기서는 비디오만 빌릴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이들에게는 영화, 드라마를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너무도 고맙단다. 저작권 문제에 있어서 마음이 좀 걸리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