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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이야기

미국 대학생들의 '책 되팔기'

또 한 학기가 끝났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쿼터제라 세 달씩 1년에 3학기를 하고 긴 여름방학(세 달)에 들어간다.

옆 사진은 매학기가 끝날 즈음에 으례 보이는 장면인데(사진은 실제 내가 다니는 학교는 아니고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으로 미주리 주의 어느 대학이라고 한다) 유학와서 본 신기한(?) 장면 중의 하나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교내서점 앞에 길게 줄 지어 서서 그 학기에 썼던 교재를 서점에 되판다. 서점에서도 "교재 삽니다(Textbook Buyback)"이라고 홍보하며 학생들로부터 책을 사들여, 다음 학기 혹은 내년에 오는 학생들에게 중고(Used)라 구분하여 다시 판다. (학교 서점은 새 책과 중고 책을 같이 판다.)

일면 책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Hard Cover 책은 기본이 100불이 넘는다. 중고책이라고 해도 70불 넘게 줘야 하고..) 정말 다시 안 볼 책은 파는 게 낫겠지 이해하면서도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기록해 두고 싶었다. 물론 모든 미국 대학생들이 책을 되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책은 '장식용'으로라도 사 두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선배들로부터 일독을 권유받았던 사회과학 책들은 물론 수업 교재, 특히 원서교재는 장식의 효과가 더 뛰어나다며 한 번도 읽지는 않았지만 책장에 꽂아두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또 선배나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 책장에 혹은 벽면 가득히 꽂힌 책을 보고 참 멋있다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책은 곧 짐이다'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지방에서 올라온 유학생이기에 기숙사, 하숙, 자취 등 이사를 자주 해야 했는데 아마도 그때마다 책을 정리하고 옮기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느때부터인가 책을 잘 사지 않게 되었다.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가 정확할지도...) 비싼 책값이 원인이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져서 웬만한 정보는 컴퓨터 앞에서 다 찾을 수 있으니 인쇄된 책이 덜 필요해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도 가끔 아이들과 서점에 가서 책을 보다 보면 컴퓨터 모니터가 주지 못하는 종이의 질감과 책장 가득히 꽂혀있는 책을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흐뭇함(?) 때문에 책을 모으게 된다. 이래저래 모은 아이들 책이 제법 된다. (아이들 책은 얇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이사갈 때 또 짐처럼 여겨지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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