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이가 며칠동안 앞니(토끼이빨같은 윗 앞니 옆)가 흔들린다고 하더니 엊그제 밤에 혀로 밀고 흔들어대더니 자기 스스로 이를 뽑았다. 지난 번에 윗니 하나를 내가 뽑아주긴 했는데 엄청 소리지르고 울어대서 이번에는 그냥 치과에 가서 뽑고 오라고 했는데 무섭다고 안 간다고 버티더니 자기 혼자 뺀 것이다. (나도 어린시절 나 혼자서 뺀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뽑았어요)
미국에서 빠진 이를 베개밑에 두고 자면 '이 요정(Tooth Fairy)'이 와서 이를 가져가고 돈을 놓고 간다는 풍습에 익숙해져서 이번에도 베개밑에 두고 잤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베개밑을 확인하고 2천원이 생겼다며 흐믓해 했다.
종현이가 이 빼는데 재미가 들었는지 그날밤 또 다른 윗앞니가 흔들린다며 혼자서 뺐다. 그리고 또 베개 밑에 두고 잤는데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 씩씩거리며 나한테 오더니 불쑥 "아빠가 범인이었지?" 한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베개밑의 이가 안 없어졌고 돈도 없단다.
'아뿔싸!'
전날 밤에 다른 일에 신경쓰다 미처 베개밑의 이와 돈을 바꿔놓지 못했었다. 얼버무리며 핑계를 댔다.
"어제는 종현이가 자다가 '쉬'한다고 깼잖아. 그리고 다시 자려는데 금방 잠이 안온다고 좀 늦게 다시 잠들었잖아. 그래서 tooth fairy가 못 왔나 보다. 오늘밤에는 오겠지."
다행히도 수긍이 가는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궁금해 하다는 듯이 묻는다.
"그런데, 저번에 tooth fairy가 두고 간 돈이 아빠 지갑에 있는 돈 번호랑 똑같던데?"
나는 내가 범인이었음을 자백하지 않고 또 우겼다.
"아니야. 아빠 돈 아니야. 그리고 똑같은 번호 많이 있어."
그렇게 겨우 넘어갔고 그 다음날 아침 종현이가 베개밑의 2천원을 내게 보이며 싱긋 웃는다. 그러면서, 한마디.... "요정은 왜 사람이 깨어 있을때는 안오지?"
(이틀 연속 이를 뽑고 싱긋!)
아직은 순수하고 순진함이 많은 종현이. 계속 그렇게 자라나면 좋겠는데 조만간 '아빠가 범인이었음'을 알게 되겠지? ^^
종현이 이에 관련된 다른 글: 종현, 앞니 '뽑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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