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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아빠가 공부 안해도 된다고 했어요."

어제 저녁 직장에서 하던 일이 남아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화난 목소리로 내일 성취도 평가(기말시험)이라 종현이보고 공부 좀 하라고 했더니 몇 문제 풀더니 "아빠가 공부 안해도 된다"고 했다며 그만 하겠다고 울고불고 고집을 부린단다. 종현이를 바꿔줬는데 종현이가 울먹이면서 말한다.

"아빠, 지금 졸린데 엄마가 자꾸 공부만 하래." (그때 시각이 저녁 8시 20분...종현이 평상시 자는 시각은 밤 10쯤)
"내일 시험이니까 그렇겠지. 졸려? 그럼, 문제 풀어볼 것만 풀고 빨리 자."

그냥 일을 싸가지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9시쯤 되었다. 종현이가 화난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 보더니 자기 편이 왔다는 듯이 나를 보고 이야기한다.

"아빠, 아빠도 초등학교 때 공부 못했다고 했잖아. 그리고 시험공부도 별로 안하고 많이 놀았다고 했잖아."
"그래, 그랬지."
"엄마, 거 봐요. 아빠가 공부 안해도 된다고 했잖아."
(아내가 끼어든다.) "그게 공부 안해도 된다는 소리니?"

아, 그랬구나.
종현이가 학교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밤에는 또 숙제에 치여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아내한테는 종현이한테 너무 공부공부하지 말라고, 종현이한테는 아빠는 어렸을 때 학원같은 것 없이 놀기만 했다고, 아빠도 초등학교때 공부 잘 못했다고, 공부는 못해도 되니까 밤에 피곤하면 그냥 빨리 자라고 이야기 하곤 했었다. 그런데, 종현이는 "공부는 못해도 된다"를 "공부 안해도 된다"로 이해하고 있었나 보다.

다시 종현이에게 설명을 했다.
"공부를 하지 말라는게 아니고, 공부 했는데도 시험을 잘 못 보는 건 괜찮다는 거지. 그리고 너무 공부공부하지 말자고 한거지 공부 안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 내일 시험인데도 지금 공부 안하는 것하고, 시험공부 했는데도 시험을 못 본 것은 다른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결국, 종현이는 공부는 더 하지 않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뉴스'를 보고 10시 넘어서 잤다.

지금 시험을 보고 있을 종현이, 시험끝나고 신나게 놀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사실 종현이가 너무 노는 경향이 있긴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