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때문에 (혹은 덕분에) 요즘 종현이는 방학아닌 방학을 보내고 있다. 종현이가 건강할 때는 학교전체가 신종플루로 인해 임시 휴교를 했었는데, 지난 주에는 정상수업을 했는데 수요일부터는 종현이가 열이 나고 아파서(신종플루는 아니었음) 학교를 며칠 못 갔다. 이제 종현이는 건강해졌는데 이번에는 다시 종현이 반 친구들 중 몇 명이 신종플루에 걸려서 또 다시 임시 휴급(종현이네 반만 학교를 안감)중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엄마랑 씨름하는 일이 많은지 퇴근하면 아내의 하소연이 늘어난다. 오늘은 주은이도 어린이집을 안 가서 아내와 아이들 셋이서 집에서 지냈는데(날씨가 추워서 외출은 없었음), 아이들 둘이 놀다 싸운 모양이다. (종현이와 주은이 또래의 남매가 다 그런지는 모르지만 같이 잘 놀다가도 또 금방 싸우곤 한다.)
아내가 힘들었는지 아이들한테 큰 소리를 좀 친 모양이다. 그랬더니 종현이가 조용히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한참을 안 나왔다고 한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 편지 한 장을 들고 오더니 주은이에게 전해주더란다.
(동생에게 보내는 오빠의 편지)
김주은에게,
주은아, 내가 원래는 봐줘야 했었는데 안 봐줘서 미안해.
원래는 40만원 내는 것인데 내가 못 봐줘서 미안해.
내가 아까 너무 터프하게 말했나봐. 미안해.
나도 아까 너랑 절대로 게임 안 한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한 것도 미안해.
아까 우리 싸웠을 때 아팠지?
나도 아펐어.
나도 이제 봐줄테니까, 우리 싸우지 말고 잘 진해자.
약속!
종현이가.
(주: 40만원은 블루마블 게임에서 사용하는 돈을 의미. 빨간색은 종현이의 맞춤법 실력을 나태내고 있음. ^^)
아내는 숙제를 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이 편지를 보더니 큰 소리 치며 아이들과 씨름했던 사실을 잊었는지 마냥 흐뭇해 한다. (내일 아침부터 또 싸우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 순간만은 종현이가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보다.)
아무쪼록 정말 이 편지처럼 싸우지 않고 서로를 위해주는 사이좋은 남매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
덧붙임) 이 편지를 보니 2년전 쯤 내가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며칠을 헤어져 있을 때 종현이가 아빠가 보고 싶어 우는 주은이를 달래주었던 그림편지가 떠오른다. (관련글: 우는 동생을 달래는 오빠의 그림편지)
(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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