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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반성문에 대한 추억: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초등학교때부터 중고등학교 시절을 포함한 학창시절 동안 나는 반성문을 써 볼 기회가 딱 한 번 아니, 두 번 있었다. (그 두 번째는 첫번째 반성문에 대한 반성문을 써야 했었기에 한 번으로 쳐야할지, 두 번으로 계산해야 할지 모르겠다.^^)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방학때 요즘처럼 보충수업이니, 학원이니 이런 게 없어서 방학이 되면 시골 친척집에 갔다가 개학때쯤 돌아오곤 하는, 말 그대로 맘껏 즐길 수 있는 방학이었다. 물론, 개학때 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밀린 방학숙제였다.

당시 국사과목의 방학숙제는 책에 있는 지도(대여섯 페이지에 한 번씩 지도를 이용해 요약적으로 설명하는 그림)를 그려오는 것이었다. 국사선생님(여)은 '지도를 그려보면서' 책의 내용을 공부하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미술에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지도 그리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다 (굳이 미술실력까지 들먹이기에는 쑥스러운 일이지만...^^). 또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치는 얇은 종이(기름종이 혹은 트레싱지)를 국사책 위에 대고 그대로 베끼는 작업이 너무 단순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물론, 밀린 방학숙제였으니 시간도 없으니 마음이 조급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중고책방에 가서 똑같은 국사책을 하나 사서 지도부문만 오려서 정리해 가자'였다. 어차피 선생님의 의도는 '책의 내용을 공부하라'는 것일테니 공부했다고 하면 될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방학숙제를 제출했다.

며칠 뒤, 선생님이 교무실로 불러 들이시더니 반성문을 쓰라고 하셨다. 그것이 나의 첫 반성문이었다. 기억을 되살린 대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이 요구하신 그대로 방학숙제를 하지는 못했지만, 엉성하고 서툴게 지도를 그려가느니 이왕 하는 거 더 깔끔하게 지도를 정리하고 공부하면 된 것 아니냐. 여우같은 국사선생님이 나의 의도를 몰라주신다."
                          (물론 반성문에서 '여우같은'이 고딕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반성문 내용이 문제가 되어서 반성문을 다시 써야 했다. 어디서 선생님한테 '여우같은'이라는 표현을 쓰냐는 것이었다. 내 의도는 교무실에 처음 불려갔을 때 국사선생님이 그리 호되게 혼내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그냥 선생님이 보시고 웃어 넘기실만한 반성문을 쓰면 되겠다 싶었다.그래서, 그런 표현을 넣은 것인데 문제를 삼으신 것이다. 결국은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안나는 두 번째 반성문을 쓰고 넘어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 선생님은 나의 관심을 받지 못하셨다. ^^;;)

여러분의 반성문의 추억을 나눠 보시죠. ^^

덧붙임) 나는 왜 갑자기 반성문이라는 주제의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