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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오랜만에 만나서 "하나도 안 변했네!", 칭찬일까? 욕일까?

한국에 귀국해서 그동안 귀국 인사겸 한동안 못 만났던 그리운 사람들을 이런 저런 모임을 통해서 만나왔다. (내 성격이 먼저 찾아가는 적극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누가 불러주고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다리면서 막상 모임이 생기면 열심히 참석하는 스타일이라 아직도 못 만난 사람들도 많다.) 아무튼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이 훨씬 넘은 기간동안 못 만났던 친구나 선후배들과 만나면 몰라보게 살이 찐 친구도 있고, 머리가 많이 빠진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만에 나타난 내 모습이 그들에게는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의 나를 보고는 종종 하는 소리가 있다.
"야! 하나도 안 변했네."

그럼 나는 머리를 가리키며 "흰머리가 제법 늘었잖아(요)."라고 대답하긴 하지만 그냥 '못 보던 동안 (혹은 대학때나 지금이나) 많이 안 늙었구나'라는 소리로 받아들인다.  내가 동안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대학 입학했을 때는 기숙사에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군대 다녀온 복학생들과도 같이) 살았었는데 신입생이었음에도 가끔은 (서로 안면을 확실히 트지 않았던) 2,3학년 선배들로부터 늙어보이는 외모로 인해 오히려 인사를 받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그들의 기억 속에서 내모습이나 분위기가 그대로 지금까지 온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많이 늙지 않았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변하지 않았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외모적으로 보면 '늙지 않았네'의 뜻일지 모르지만 내면의 모습까지 생각해 본다면 '아직도 안 변했니?'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에게 기억되고 있던 나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끔은 "아직도 술 많이 마시니?"라는 소리도 듣곤 했는데, 젊은 시절 제대로 이기지도 못하면서 그냥 사람들과의 모임이 좋아서라는 핑계로 마셔대던 술자리에서 취한 나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숫기 없고 말주변 없고 그래서 말이 별로 없고 늘 자신감 없어하던 내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지금쯤은 그런 모습은 없어지고 더 좋은 모습으로 많이 변했겠지 했는데 (무슨 비누 선전마냥) '아직도 그대로야?'인 내 모습에 아쉬워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을텐데 "야! 하나도 안 변했네." 소리를 들으면 그 말을 한 상대방의 속 뜻을 파악하고 외모를 떠나 변해야 할 것은 변하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함없이 유지해야겠다.

1) (나는 많이 변했는데) 너는 하나도 안 변했구나. (보기 좋네. 부럽다.)
--> 아이들과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느리지만 꾸준하게'의 삶의 자세

2) 지금쯤은 변해야 하지 않겠니? 그런데도 아직 그 모양이니?  (실망이다. 좀 변해라.)
--> 다소 소극적인 성격, '나중에' 혹은 '조금 만 더 있다가'하며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게으름, 계속 자라고 성장해야 하면서도 정체되어 있는듯한 믿음 생활

여러분들도 "하나도 안 변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