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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자녀와 함께 걷는 등교길 2

어린시절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해서 "높으면 백두산"으로 끝나는 말잇기 노래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종현이도 그 노래를 배운 모양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작이 "고추의 색깔은 빨~개~"로 바뀌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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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등학교 국어 (말하기/듣기) 1-2)


그 날 숙제로 위와 같이 말잇기를 30개 정도 써오기가 있었는데 종현이가 이런 리듬이 재미있는지 곧잘 생각해 내며 쓴다. 그러다 중간에 "자전거는 힘들어 --> 힘들면 줄넘기 --> 줄넘기는 재미있다 --> 재미있으면 학교 --> 학교는 멀어 --> 멀면 롯데월드 "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바퀴는 동그랗다 --> 동그라면 어디 간다 --> 가면 학교 --> 학교는 멀어 --> 멀면 미국"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물론 맞춤법은 많이 틀려있었다.)

두 가지 공통점이 "학교는 멀다"는 것이다. 학교 생활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긴 한데 학교가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를 타고 다녔으니 학교까지 걸어갈 일이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걸어다녀야 하니까 멀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 달리 스쿨버스는 물론이고 일반 노선 버스도 다니지 않는 길이라 (또 한국에 귀국해서 아직까지 우리 가족은 차가 없어서) 15~20분 정도되는 거리를 무조건 걸어다녀야 한다. 또 아직은 종현이가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걸어가는 경우보다는 혼자서 가는 경우가 많다. (왕따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아이들은 보통 동네 태권도 도장의 학원버스를 타거나 다른 반 아이들과 무리지어 가곤 한다.)

학기 초에는 내가 아직 직장생활이 시작되지 않았고, 또 종현이가 처음 다니는 길이니까 계속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 직장은 종현이 학교와 반대방향이라 요즘에는 종현이가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 건너는 곳 까지만 데려다 주고 나의 출근길을 서두르게 된다.

그래도
(다행히 직장이 주 5일제니까) 종현이가 학교가는 토요일에는 학교까지 같이 걸어갔다 집으로 와서 다시 끝날때 데리러 가곤 했다. 물론 가끔은 귀찮다는 생각도 들고 차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위의 "학교는 멀어"라는 종현이의 느낌을 보고는 (비록 토요일뿐이지만) 귀찮아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등교길을 함께 하고자 한다. 같이 가면서 반 친구들 얼굴과 이름도 익히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아이가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아빠한테 바라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과의 대화가 금방 그리 깊어지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학교까지 같이 갈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혼자서 돌아오는 길이 좀 심심하다는 것인데 차차 재미있게 돌아오는 지혜가 생기겠지......

자, 우리 아빠들, 토요일 아침에는 아이들에게 물리적으로는 가까워도 심리적으로는 멀지도 모를 등교길을
자녀와 함께 즐겁게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관련글: (미국에서) 자녀와 함께 걷는 등교길 ( 2년 동안 딱 두 번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