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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댓글로 축하해 주세요.

여기 미국 서부는 지금 막 12월 28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12월 28일은 결혼 후 9번째로 함께 하는 아내의 생일입니다. 지금 아내와 아이들은 잠들었고 아내에게 어떤 축하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냥 다른 블로거들의 축하인사를 전해주면 좋겠다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제 아내는 어느 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종현이 엄마' 혹은 '주은이 엄마'로 불리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종현이를 임신했을때 갑작스런 난청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습니다. (관련글:종현 태어나다). 빨리 치료하면 나을수도 있었는데 임신 9개월 때라 귀를 포기하고 말았지요. 처음에는 한 쪽 귀가 안들려서 아주 가끔은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다고 했는데 어느 덧 6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그랬었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별로 재미없을 '유학생의 아내' 역할을 늘 밝은 얼굴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블로그 대문의 가족사진들을 보면 느끼실 겁니다.)

주은이를 낳았을 때도 다른 유학생 가족은 보통 한국에서 아이들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오시곤 하는데 저희는 사정상 아무도 못 오시게 되었는데도 불평없이 (산후조리원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산후조리 및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아내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가진 것도 없으면서 유학길을 나선 저를 믿고 따라 준 아내, 앞으로도 졸업후의 미래가 보장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항상 밝은 웃음으로 아이들과 저를 대해주고 오히려 가끔은 저를 위로해 주기도 하는 아내가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결혼 후 아내의 생일을 8번이나 치렀음에도 연말이라 바쁜 틈을 타서 그냥 말로만 어영부영 축하하며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아내는 기념일에 특별 이벤트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작은 선물만으로도 기뻐하고 감사해 합니다. 어떨 때는 자기 생일선물 하게 얼마 달라고 하더니 제 옷을 사와서는 제발 입어달라고 사정하기도 합니다. (옷도 별로 없으면서 새옷 사달라는 얘기도 안하고 또 제 옷을 새로 사오면 뭐하러 샀냐고 불평하는 제가 밉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내나 아이들 옷도 못사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오늘도 낮에 아는 여자 유학생과 점심을 먹었다는데 그 여학생이 제가 뭔가 몰래 멋진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겠냐고 물었다는데 아내는 자신있게 '그럴 일 없다'고 했다는 군요. 그러면서도 제게 큰 불만없이 그냥 이 곳 미국땅에서 우리 4식구끼리 건강히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아내에게 올해도 직접적으로는 변변한 선물하나 못 해주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블로거 분들의 댓글을 선물로 하고자 '댓글 부탁'을 드립니다. 본래 인기블로거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릴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댓글이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전해 주겠습니다.

끝으로 아내에게 댓글과 함께 보라고 대학(원)시절 가사가 마음에 들어 자주 불렀던 (아내도 몇 번 들었던) 박노해 시인의 '천생연분'이란 노래가사를 적어봅니다. (원래 시와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이뻐서가 아니다
애처로워서가 아니다
이쁘기로야 탤런트를 따르겄나
세련미로야 종로 여자를 따르겄나
여대생년들처럼 고상하지도 않고
학원강사처럼 요리솜씨 없지만
그래도 난 당신이 겁나게 좋다
살아보면 볼수록 미치게 좋다

그 흔한 짜장면 외식 한 번 못해도
새순처럼 웃는 자그만 몸집의 당신
내가 어쩌다 나태해지기라도 하면
가차없이 비판해대는 진짜 겁나는 당신
좌절하고 지칠땐 따스한 포옹으로
새 힘 일깨워주는 자그만 당신
그래서 난 당신이 겁나게 좋다
살아보면 볼수록 째지게 좋다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 덧붙임 (12/30/2007): 다른 글과 달리 이 글에는 댓글에 대한 답글을 안 달기로 했습니다. 대신 추가로 관련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