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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한국에는 있고 미국 초등학교에는 없는 것들 몇 가지

내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를 다녔던 때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이다. 20여년 전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오늘날  종현이가 다니는 미국의 초등학교와 비교를 한다는 것이 좀 우습긴 하지만 그냥 재미삼아 하는 비교를 해 본다.

1. 학교 앞 문방구[각주:1]
모든 수업 준비물이 갖추어진 곳이고, 아울러 '아카데미 과학'으로 대표되던 조립식 장난감, '어깨동무' 등의 월간 만화책 등을 구할 수 있었던 곳이다.  무엇보다 내 기억 속에는 겨울철 난롯가에 모여 구워먹던 일명 '쫀득이'라는 불량식품(?) 가게로 기억된다.
종현이가 다니는 미국 초등학교는 주택가라 문방구는 커녕 어떤 가게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는 학교 준비물은 1년치 준비물을 학교에서 미리 지정해 주면 각자 구입하거나 학부모회를 통해서 구입해서 미리 학교에 갖다 놓고 공동으로 쓴다. (다른 학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종현이네 학년(Kindergarten)은 그렇다.) 또 수업이 끝나면 부모가 직접 와서 아이들 데려가거나 스쿨버스가 다시 아이들을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에 다른 길(?)로 샐 수가 없다. 따라서 종현이는 (미국에 있는 한) 학교 앞 문방구의 불량식품을 영영 맛 볼 수 없을 것 같다.

2. 실내화
청소때마다 초나 왁스를 가지고 교실 마루바닥을 윤나게 닦아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실내화를 신고 집에서 준비한 걸레를 밟고 미끄러지며 청소를 하곤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내화 주머니에 담아 가지고 다니던 그 실내화는 가을 운동회때면  유감없이 달리기 실력을 발휘하곤 했었는데...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며서부터는 실내화를 신지 않는 학교를 다녔지만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때까지 실내화를 신는 친구도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니 당연히 여기 학교에서는  신발을 벗지 않는다. 종현이 수업모습을 보니 그냥 신발 신은채 바닥에 앉아서 선생님 말씀을 듣고 책상으로 옮겨 지시사항을 한다. 미국 초등학교 아이들은  교실청소라는 경험도 못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없는 저녁시간에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용역업체 직원이 와서 청소를 한다.

3. 아침 조회
거의 매주 월요일은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아침 조회를 했었다.  1학년생들은 이때 '앞으로 나란히'를 부지런히 익혔고, 조회 시간에 상을 받는 아이는 전교생의 박수를 받는 우쭐함도 느끼고....교장선생님 '말씀'이 길다 싶으면 꼭 주변에서 하나 둘 씩 쓰러지는 아이들이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가면서 조회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귀찮은 경험 중의 하나였다.
종현이 학교 첫 날 입학식을 기대했던 나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경험을 했으니(관련글: 종현이의 학교 첫 날)  아침조회는 당연히 상상도 못한다.  그러니 종현이는 커서 '앞으로 나란히'의 추억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점이 많이 있겠지만[각주:2] 나에게는 이 세 가지가 크게 다가온다.


  1. '문구점'이 올바른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내게는 '문방구'가 더 정감이 간다. [본문으로]
  2. 혹시 비슷한 글이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봤는데 좀 시간이 지난 신문기사지만 한국과 미국 초등학교를 모두 경험한 아이들의 아빠의 입장에서 자세히 정리한 기사가 있었다. (조선일보, "미국 초등학교 관찰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