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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이야기

"아이들 봐 줄테니 놀다 오세요."

미국 영화나 TV를 보면 부모들이 부부동반 파티를 가거나 하게되면 베이비시터(Babysitter)로 이웃집 고등학생 또래를 임시로 고용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2살 이하의 아이(들)을 집에서 아이(들)끼리 혼자 놀게 놔두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베이비시터를 잘못 만나 아이들이 상처입는 경우도 생기고 (가끔 해외뉴스에 나오는 몰래카메라에 잡힌 베이비시터들의 아동학대 장면) 그러다 보니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섣불리 어린 아이를 맡기기도 힘들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은 부부만의 데이트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학교내 기혼자 아파트 단지에 일년에 한두 번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5-12살 또래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봐주는 프로그램인데 보통 다음 날 학교가야할 부담이 없는 금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아예 잘 준비를 하고 오라고해서 보통 '파자마 파티(Pajama party)'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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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부모들대로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저녁만 되면 언제나 집에서 '가족과 함께'가 되는 이곳 미국생활에서 아이들은 가끔 친구들과 늦게까지 더 놀고 싶기도 할테고, 부모들도 아이들 없이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싶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 집처럼 5살 미만의 아이(주은)가 있는 집들은 큰 아이만 보낼 이유가 별로 없고 (아이들끼리 놀다 싸우더라도 둘이 놀게 하는 것이 작은 아이 혼자 남겨놓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다), 10살 넘는 아이들은 사춘기가 가까와서 그런지 어린아이들 노는 곳에 왜 가냐고 스스로 가는 것을 싫어하기도 한단다.

또 막상 아이를 보낸 집들도 아이들이 그만큼 클 정도가 되었으면 결혼생활도 제법 되었기 때문인지 부부만의 시간에 그리 흥분하거나 반가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예전에 아이를 맡겼던 한 집은 둘만의 시간이 생겼다고 좋아하더니 저녁 먹고는 '뭐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시계만 쳐다보며 '언제 10시 되냐?'로 끝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아는) 한국사람들은 저런 프로그램 잘 이용 안하는데 외국사람들은 그래도 잘 이용하는가 보다. 선착순으로 마감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더 가족적인 것이라는 결론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