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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이야기

명절이 없어진 유학생의 미국생활

어제(11/22)는 11월 넷째 목요일로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로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 연휴기간으로 가족들끼리 혹은 아는 지인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또 대부분의 마켓이나 상점들도 이날만은 거의 문을 닫는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미국에 가족도 없고, 불러주는 미국인 친구도 없고 해서 (교회 셀모임 식구들끼리의 추수감사절 만찬은 지난 주일에 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샌디에고 지역의 레고랜드(Legoland)으로 놀러갔다. 오늘같은 날 누가 오겠냐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적어도 25%는 되어 보였다. 같은 얼바인에 살면서도 평소에 잘 만나지 못하는 우리가 직접 아는 집만 해도 세 집을 만났다. 한국 사람들 이외에 또 대부분이 중국인, 인도인 등의 아시아 사람들이었다.

생각해보니 미국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명절이니만큼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의 만찬을 위한 음식준비 등으로 바쁘겠지만 우리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추수감사절이 그냥 긴 연휴일뿐 '명절'이라는 의미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곳 생활이 오래된 한인들의 경우 정말 터키(turkey)나 햄요리등 전통 추수감사절 음식을 하고 가족들과 만찬을 하기도 하지만 미국생활이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에서 살면서까지 우리나라의 명절인 추석이나 설을 제대로 지키는 것도 아니다. 우선 분위기가 전혀 안 나고 무엇보다 공휴일이 아니니 그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안부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명절나기'가 된다.

결국, 우리같은 유학생 가족이나 미국 생활이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명절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지리적인 이유로, 미국의 명절은 한국인이라는 민족적인 이유로  모두 어색해져 버렸다.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아이들이 지금 내가 느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