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음생활 이야기

청소년부 수련회를 다녀와서...

제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중3 여름방학 수련회부터였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여자아이를 따라 여름성경학교나 야외예배에 한두 번 따라간 경험은 있었습니다.) 지금도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인데 청소년 시절은 낯가림이 조금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작은 교회라 중고등부가 함께 수련회를 갔는데도 제 또래는 초등학교 동창 여자아이 한 명 뿐이어서인지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기가 힘들었습니다. 기도시간, 찬양시간, 재미없는(!) 설교시간에 사람들 쳐다보며 저 사람들은 뭐가 재미있다고 저렇게 즐거워할까 생각하며, 막상 선생님들이 같이 하자 그러면 시시하다는 표정 지으며 제대로 안 따라하고 그랬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저랑 어울리기가 쉽지는 않았던지 그냥 열외 비슷하게 저를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그 때의 일이  벌써 28년 전 일이 되었네요. 중3 수련회 이후에도 교회는 꾸준히 다녔습니다. (제가 수련회를 다녀온 얼마 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이 "교회 열심히 다니라"였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은 부끄럽게도 어른이 되어서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 동안 저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좋은 아버지(아빠) 되기”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름 좋은 아빠되기의 일환으로 몇년 후면 청소년기에 접어들 아이들을 미리 겪어 보고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올해 처음 청소년부 교사를 자원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청소년부 수련회를 교사의 자격으로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보다는 저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고 온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지내면서 선생님들이 왜 당시 나같은 학생을 불편해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문을 잘 안 여는 친구들을 보면 당시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나이가 들어서보다는 조금이라도 일찍 예수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한편, 수련회 기간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그런거 잘 모르겠다고 혹은 특별한 꿈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꿈이 없이 그저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오가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찬양하며 뜨겁게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간절함이 있는 학생들이 삶의 방향을 올바로 정하고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아 열심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큰 가능성이 열릴까 기대가 커집니다. 그들의 가능성을 여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좋은 아버지란 무엇일까?"를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는 '좋은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좋은 아버지 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좋은 아버지(선생님)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이들(학생들)에게 때로는 인생의 멘토가 되어 삶의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되어 함께 웃고 즐기며 놀아줄 수도 있는 아버지(선생님)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좋은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제게 가족을 주시고 아버지됨을 허락하신건 하나님 아버지의 오래참음과 인자하심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녀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 그리고 저 스스로 부족한 하나님의 자녀됨을 반성하고 더 노력하라는 의미를 함께 가르쳐 주시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결국, 좋은 선생님(아버지)이 되려면 학생들(아이들)을 머리로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삶으로 모범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학생들(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것을 깨달은 수련회였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수련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