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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생활 이야기

선거철에 맞이하는 부활절 묵상

(보궐)선거철이다. 선거철만 되면 세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후보들은 '섬기겠다'는 표현과 더불어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하며 낮아지는 자세를 취한다. 또 후보자들(특히,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 주위에는 당선이후에 권력의 단맛을 맛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선거이후에는 섬기는 자세가 아니라 단맛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이 섬기겠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을 욕할 수는 없다. 그것이 정치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이른바 '직업정신'이니까...

지난 한 주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의 길을 묵상하는 고난주간이었다. 선거철이라 그런지 고난주간을 보내며 '정치지도자' 예수를 상상해 보았다. 아프고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기도 하고, 먹을거리도 제공해 주고, 심지어는 죽은 사람도 살리는 능력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랐다. 따라서 예수님은 군중들의 열렬한 지지속에 정치가로 화려하게 데뷔를 하고, 마침내 정치지도자가 되어 최고의 자리에까지 쉽게 오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 권력을 잡았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적인 지도자가 되어 반대여론도 귀담아 듣고, 측근도 잘 관리하고, 모든 백성들이 아무런 불만이 없을 정도의 '선군정치'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자기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측근에 파묻혀 정작 귀담아 들어야 할 백성의 고통의 소리에는 귀를 막는 '인간' 예수의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로마로부터의 '정치적 해방'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가 정말 그들을 구원해 줄 새로운 정치적 지도자로 여길만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수를 따르던 무리들 중에는 '집권 이후'의 단맛을 기대하던 자들도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자기 어머니까지 동원해 예수에게 미리 인사청탁을 하던 제자들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정치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 당신이 가셔야 할 골고다 언덕 십자가의 길을 알고, 괴로움 속에 번민하면서도 묵묵히 그 길을 따르셨다. 역시나 그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예언대로 예수를 모른다 부인하며 떠났다. 오늘날로 말하면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며 정치권력 주위를 떠도는 '원조 정치철새'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예수는 끝내 십자가에서 고통속에 쓸쓸히 숨을 거두셨다. (우리, 아니 나 때문에... ㅠ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죽음이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감사가 되고 기쁨이 되었다. 또 예수님께서 십자가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의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며 마음가짐을 점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보통사람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 값비싼 향유를 깨뜨려 예수님의 발을 씻겨드린 여인. 그리고, 절대적인 지지를 다짐했지만 결국에는 예수님을 버리고 떠난 제자들과 (전에는 예수에게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냈을텐데) 이제는 그냥 지나가며 조롱하듯 한마디씩 던지는 십자가 밑의 군중들의 모습...

예수를 인간으로만 이해하고 정치지도자로만 받아들인다면 제자들이나 십자가 밑의 군중들처럼 예수에 대한 지지 철회가 당연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유한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쉽게 변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전세계인의 관심과 지지속에 등장한 오바마 미대통령의 지지도도 요즘은 한참 떨어진 것 같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벌써 레임덕 이야기도 나온다.)

예전처럼 머리로만 예수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나도 여전히 (합리성이라는 명분아래) 필요에 따라 예수를 지지했다 말았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서 얻게되는 무한 편익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예수님에 대한 나의 지지(=감사와 사랑)가 불변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선거철에 맞이하는 부활주일이라 그런지 정치적 성격의 묵상이었지만 이를 통해서도 부활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부활의 기쁨을 감사드린다.^^

"Greatest man in history, named Jesus. Had no servants, yet they called Him Master. Had no degree, yet they called Him Teacher. Had no medicines, yet they called Him Healer. He had no army, yet kings feared Him. He won no military battles, yet He conquered the world. He committed no crime. Yet they crucified Him. He was buried in a tomb, yet He lives today." (by Unknown)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간, 예수. 종을 두진 않았으나 사람들은 그를 주님이라 불렀다. 학위는 없지만 사람들은 그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약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치료자라고 불렀다. 군대도 없었지만 왕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군사전쟁의 승리는 없었지만 그는 세상을 정복했다. 죄를 짓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무덤에 묻혔지만 그는 오늘날 살아있다.)
(작자미상의 신앙고백이 참 감동스러워서 인터넷에서 퍼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