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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노무현 전 대통령님, 참 많이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가장 근거리에서 당신을 직접 볼 수 있었던 1998년 어느 날 인사동거리가 생각납니다. 그 때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도시연대) 회원이었던 저는 '걷고싶은 인사동 만들기' 관련 행사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고, 당신은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신분으로 초청을 받아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그  때 저에게 노무현은 그냥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그 날 행사에 형식적으로 참여한 '정치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신에게 저는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많은 사람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겠지요.)

그 이후로 당신은 가끔 그냥 신문 지면에서만 만날 수 있던 많은 정치인들 중의 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던 당신이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미국에 있던터라 투표도 하지 못했지만 그 아슬아슬한 승리에 열혈지지자는 아니었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무조건 안돼'라는 인식이 더 컸기 때문이겠죠.)

세상이 확 바뀔 것도 같았지만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또 대통령 재임기간 중 대통령으로서 보여주셨던 당신의 모습이 일부 실망스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개인적으로는 결코 지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방송을 통해 당신의 살아오신 인생을 다시 돌아보니, 미안해집니다. 정작 당신은 당신의 죽음앞에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참 많이 미안합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며 그 많은 짐들을 쏟아붓기만 했던 제 자신이 미안합니다.  또 당신은 달라야 한다며 너무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었던 제 자신이 미안합니다. 이렇게 당신을 향한 지지보다는 당신에게 던졌던 돌이 많았던 제 자신이 미안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얼마나 힘들어 하시고 고뇌하셨을까 생각하니 정말 미안합니다. 참 많이 미안합니다.

당신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셨습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잃어서 슬프지만 당신을 알게 되었던 시간들이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표현이 너무 늦었지만, 참 많이 고맙습니다.

삼가 명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