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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수퍼맨이 되어야 하는 한국의 초등학생들

아이들 교육과 관련한 우스개 소리지만 아이가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5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 할아버지의 경제력: 애들 학원비가 아빠수입으로는 부족하다.
  • 엄마의 정보력: 좋은 학원, 좋은 선생에 대한 엄마의 레이다망이 중요하다.
  • 아빠의 이해: 혹자는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즉, 엄마의 정보력에 시비걸지 말라는 소리다.
  • 아이의 체력: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려면 강인한 체력은 필수.
  • 다른 자녀의 희생: 주로 둘째가 희생양이 되지만, 형(오빠)때문에 자신에 대한 투자(?)는 적다.

종현이의 경우에는 첫번째 조건부터 해당되지 않고(친할아버지는 아빠가 어렸을 때 돌아가심), 아빠가 아직은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고 오히려 엄마를 설득하려는 편이라 저 조건대로라면 명문대는 들어가기 힘든 것 같다. ^^;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1학년만 되도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한글을 배우는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의 일이니 한글대신 영어공부해야지, 많은 독서량을 감당해야지, 한자도 공부해서 인증시험 봐야지, 줄넘기도 높은 급수를 받아야지, 체력인증시험까지....(어휴~!)

종현이도 2학년이 되면서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해졌다. 우선,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현재 걸어서 15분 거리의 학교에서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 사범대학 부속초등학교 (사대부초)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아이가 이미 잘 적응하고 있는데도 엄마, 아빠의 욕심때문에 '귀국반 편입'을 이용해서 남들이 더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는 그 곳으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등교시간이 8시20분까지라 평상시보다 30-40분은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아직 어리고 혼자 다니기에는 불안해서 아빠인 내가 아침출근길에 종현이를 학교에 먼저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기로 했다. (종현이의 체력도 필요하지만 나부터 체력을 키워야 할 듯...^^;) 물론, 방과 후의 하교길은 엄마가 담당한다.

또 종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 시간이 뒤로 더 늦춰졌다. 지금은 3시부터 4시 40분까지였는데 2학년이 되면서부터 4시 30분에 시작하고 6시 10분에 끝난다는 것이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조금 쉬다가 학원가서 저녁이 되서야 돌아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현이가 제일 좋아하고 지금까지 계속 하던 농구교실(5시-6시)을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져보면서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 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 마냥 쉴 수만도 없을 것이다. 학교숙제, 학원숙제 하다보면 금방 9시, 10시가 될 것이고 '내일을 버티기 위해서'는 자야할 시간이다.

영어학원 하나 다니는 종현이의 스케줄이 이 정도면 학원 3-4개씩 다니는 아이들의 스케줄은 어떨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 "우리 집에서 왜 나만 바쁜거지?"라며 한탄을 한다는 게 이해가 간다. 그리고, 내가 요즘 아이들보다 일찍 태어나 일찍 학교 다녔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작 자신들은 학교 끝나면 학교운동장 구석에 가방 내팽개치고 해질녘까지 놀았으면서, 자기 자식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수퍼맨보다 강인한 체력으로 공부만 하게끔 만드는 교육시스템과 부모들....해결책이 안 보이는 이 문제에 답답함만 느껴온다.
 
* 덧붙임)
영어학원때문에 아이의 농구시간을 포기시키려고 하는 나도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이들 교육문제는 계속적인 관심과 해결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