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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짧았던 금붕어 네마리와의 만남

우리 부부는 애완동물(요즘엔 반려동물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에 별 관심이 없다. 둘 다 동물과의 접촉을 상당히 싫어한다. (무서워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주인과 함께 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만져보고 싶어할 때도 약간은 멀찌감치 서서 지켜볼 뿐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강아지 사달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안되는' 일이었다.

그랬던 우리 집에 아주 짧게나마 금붕어 네마리가 생겼었다. 종현이가 겨울방학 초반에 방과후 수업의 일환으로 들었던 생명과학 시간에 금붕어 한 마리를 얻어왔다. 어항도 없이 그냥 바가지 같은데다 며칠 키웠다. 그러다 얼마전 이마트에 갔더니 금붕어를 한 가족에 세마리씩 무료로 나눠준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어항이라도 하나 살까 생각했었는데 이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애완동물삼아 키우면 되겠다 싶어 받아왔다.

생각보다 어항이 비쌌다. 어린시절 교실 한 구석에 있던 그 단순하게 생긴 어항은 있지도 않았고 이런 저런 내부장식이 되어 있는 수족관식 어항뿐이었다. 그래서 우선 경험삼아 키우는 셈치고 햄스터같은 것을 키우는 플라스틱 빈 통을 사왔다. 그리고 수도물에 직접 키울 수 없다길래 (어항값보다 비싼) 염소제거제와 금붕어 먹이까지 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부터 오빠, 아빠, 엄마, 동생 물고기)


우리 가족수와 똑같은 네마리였고 생김새도 쉽게 구분이 되어서 아빠, 엄마, 오빠, 동생 물고기라 칭하며 키웠다. 그런데 이 금붕어들도 어린시절 학교앞에서 팔던 병아리처럼 원래 약한 것들인지 조심조심 키운다고 했는데도 4-5일 간격으로 한마리씩 죽어갔다. 그리고는 며칠전 결국 오빠 물고기를 끝으로 모두 죽었다.  얼마 써보지도 못한 염소제거제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먹이가 아까울 정도였다. (먹이는 종현이가 처음 금붕어를 얻어오면서 가져온 먹이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가족의 정성과 관심, 그리고 사랑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엄마, 아빠는 물과 먹이만 열심히 갈아줬을뿐이었고, 아이들도 처음에는 재미있어 했는데 점차 관심이 줄어들었다.  처음에 얘기했듯 동물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때문에 아이들은 앞으로는 어떤 애완동물도 못 키워보고 그냥 우리끼리 잘 살아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