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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아이들의 말말말: "미국애가 다 먹었어요."

지난 번 포스팅이 사진으로 우리 가족의 지난 2달을 요약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아이들과의 대화 중에 있었던 기억될만한 표현을 정리한다.

"미국애가 다 먹었어요."
개학 첫 날 종현이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종현이가 미국식 음식에 익숙해져서 한국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입에 안 맞을지도 모르니 억지로 다 먹게 하지는 않겠다고 하셨는데, 급식 첫 날 종현이가 맛있게 다 먹고 나니 같은 반의 한 친구가 선생님께 했던 말이란다. '미국에서 온 애'를 의미한 것이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종현이에게 물으니 김치가 제일 맛있었단다. (미국에서는 도시락을 종종 싸가지고 다녔는데 김치는 차마 싸주지 못했었는데....)

"종현이가 전교에서 제일 순진한 것 같아요."
종현이 선생님께서 종현이를 며칠 지켜보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내 조교(TA) 경험으로도 일반적으로 미국학생들(대학생 포함)이 한국 학생들에 비해 순진한 것 같다. 거짓말 잘 못하고 (거짓말이 탄로날 경우 그 벌이 엄청나니까...) 또래들끼리 욕이나 비속어도 그리 많이 쓰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쪼록 종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면서 한국어를 배우되 욕이나 비속어 같은 나쁜 말들은 안 배웠으면 (배워도 아주 천천히 배웠으면) 좋겠다.

"왜 나만 바빠야 하는거야?"
미국에서 오면서 적어도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 학원 안 보내겠다고 다짐하고 왔지만 영어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영어만 보내기로 했다. 하루 1시간 30분씩 주 5일을 계속 다니는데 학교 갔다 집에 와서 좀 쉬다 (말은 쉰다고 하지만 보통 학원 숙제를 하는 시간이다) 학원 갔다 오면 5시다. 또 월, 수, 금은 학원 갔다 와서 종현이가 하고 싶어해서 어린이 농구교실을 보내는데 끝나고 오면 6시 30분이다. 저녁 먹고 좀 쉬다 학교 숙제 하다보면 금방 9시가 넘는다. (한글이 아직 더디니까 숙제하는데 남들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그래도 잘 견디던 종현이가 어느 날은 쉴틈도 없이 밥 먹어라, 책 읽어라, 숙제해라, 씼어라 몰아대는 엄마, 아빠에게 자기만 바쁜 것 같다며 불평했던 말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했다. "폴리(POLY -- 종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만 다니고 싶어."

"선생님, 주은이 말 해요."
내숭쟁이 주은이가 여기서 새로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내숭을 떠는지 거기서는 말을 한마디도 안한단다. (하루종일 참았던 말을 쏟아내고 싶었던 것인지 집에서는 정말 귀찮을 정도로 말이 많다.) 그러다 어제인가 친구에게 몇 마디 한 모양인데 주은이가 말을 못 하는 줄 알고 있던 그 아이가 놀라며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