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귀국한 다음 날이 8월 15일 광복절이라 많은 집들이 태극기를 걸고 우리를 환영(?)해 줄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
6년만의 귀국이고 많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태어나서 30년을 넘게 살았던 곳이라 '적응'이라는 말은 불필요한 듯 하다. 아이들도 그냥 새로운 여행지 온 것처럼 엄마, 아빠 따라 다니면서 금방 한국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아직 미국에서 부친 짐이 오지 않아 집에 아무 것도 없이 훵한 상태로 10여일을 지내고 있다. (9월 중순에나 짐이 도착할 것 같다.) TV나 냉장고는 물론 침대, 식탁도 없지만 아이들도 그냥 방바닥에서 이불깔고 자는 것에도 익숙해졌고, 신문지를 식탁 대용으로 펼쳐놓고 밥 먹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그래도 그동안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을 몇 가지가 미국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없는 새 집
미국 아파트에서는 적어도 가스던 전기던 오븐이 있어서 첫날부터라도 음식을 해서 먹을 수는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모두 도시가스를 사용하긴 하지만 가스레인지는 이사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며칠 째 아침은 시리얼 혹은 빵으로 때우고, 점심, 저녁도 전기밥솥으로 한 밥과 '국민반찬' 김과 김치로만 지내고 있다. 이제서야 가스레인지를 구해서 도시가스에 연결시켰으니 따뜻한 반찬을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가스레인지나 전기오븐이 기본으로 설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도 이제 차없이는 살 수가 없구나
아직 차가 없어서 (언제 생길지도 모르겠다) 대중교통에만 의존하며 돌아다니는데 워낙 차에 길들여진 미국생활 탓인지 가끔은 불편함을 느낀다. 비 오는 날 어린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것 자체도 번거롭고, 이마트 같은데 쇼핑을 하러가도 차가 없으니 많이 사기도 힘들고, 부피가 큰 것은 계속 구입을 미루고 있다. 또 (중고) 책상, 책장 등을 사려고 해도 차가 없다 보니 마음에 들어도 구입이 힘들다. 그래서 택배시장이 발달한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서 본 뉴스로는 고유가때문에 사람들이 자동차 이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여전히 차는 많이 밀리고, 또 연비가 낮은 중형, SUV, 미니밴 차량이 많이 증가한 것 같다.
아무튼 이제 한국도 차가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해진 것 같다. 아니면, 차가 있어야 삶의 질이 더 좋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미국보다 더 비싼 물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미국 물가가 그리 비싸 보이더니 돌아와 보니 한국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른 것 같다. 심지어는 미국의 한인마켓에서 한국에서 수입해서 파는 과자가 이곳에서 파는 것보다 싸다.
버스를 타고 가다 Costco를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내렸는데 (E-마트를 가던 중이긴 했다) 미국 Costco에서 보던 낯익은 물건들이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코스트코가 이 정도이면 다른 곳은 더 하단 뜻일텐데 하며 새삼 한국의 물가에 놀라게 됐다.
화장지 없는 공중화장실
미국에 가기 전부터 공중화장실 문제는 많은 시민들의 불만사항이었고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제일 적응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공중화장실이 아닐까 한다.
식당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빌딩 전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 열쇠를 가지고 가야 하고, 여러 가게가 함께 쓰다 보니 아무래도 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아 냄새도 심하다. 주은이는 화장실을 갔다가도 (암모니아) 냄새난다고 코를 내내 막고 있다. 종현이도 난생처음 보는 좌식변기가 어색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고 손을 씻을 물도 없는 곳이 많다. (미국에서는 휴대용 화장지를 사 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필수품처럼 가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밥 먹으러 갔는데 손도 씻지 못하다니....그래서 한국엔 물수건 사용이 발달한 것일까?
달콤한 군것질의 유혹
종현이와 주은이가 한국생활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군것질 문화다. 아직 냉장고가 없어서 우유를 아침마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 가서 사는데 아이들이 꼭 따라와서는 자기들 먹고 싶은 과자 하나씩 집어든다.
아파트 상가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 지하철 역 근처,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아파트 주차장에서 열리는 '알뜰장'에서의 군것질, 그리고 너무나 편한 배달음식 문화. (음식을 할 수 없다보니 벌써 배달 음식을 몇 번 이용했다.)
이제 으례 가게만 보이면 군것질 거리를 졸라대는 아이들...적응이 너무 빠르다. ^^
'전교 1등'을 광고하는 학원
미국에 있을 때 가끔 '우리 아이는 XXX 학교 우등생입니다. (My Child is an Honor Studnet at XXX School.)'라는 범퍼 스티커(Bumper Sticker)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본 적이 있다. 정말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미국 문화일까 생각하며 웃어 버렸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학원이 대신하는 것 같다.
학원들이 너무 많고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원 광고전단지나 배너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자기네 학원 출신 '아무개 전교 1등'의 문구가 참 어색하다. 나 어렸을 때는 재수학원에서만 '아무개 서울대 합격'을 광고했었는데 이제는 중고생도 아닌 초등학생까지 이제 학원광고의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6년만의 귀국이고 많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태어나서 30년을 넘게 살았던 곳이라 '적응'이라는 말은 불필요한 듯 하다. 아이들도 그냥 새로운 여행지 온 것처럼 엄마, 아빠 따라 다니면서 금방 한국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아직 미국에서 부친 짐이 오지 않아 집에 아무 것도 없이 훵한 상태로 10여일을 지내고 있다. (9월 중순에나 짐이 도착할 것 같다.) TV나 냉장고는 물론 침대, 식탁도 없지만 아이들도 그냥 방바닥에서 이불깔고 자는 것에도 익숙해졌고, 신문지를 식탁 대용으로 펼쳐놓고 밥 먹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그래도 그동안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을 몇 가지가 미국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없는 새 집
미국 아파트에서는 적어도 가스던 전기던 오븐이 있어서 첫날부터라도 음식을 해서 먹을 수는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모두 도시가스를 사용하긴 하지만 가스레인지는 이사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며칠 째 아침은 시리얼 혹은 빵으로 때우고, 점심, 저녁도 전기밥솥으로 한 밥과 '국민반찬' 김과 김치로만 지내고 있다. 이제서야 가스레인지를 구해서 도시가스에 연결시켰으니 따뜻한 반찬을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가스레인지나 전기오븐이 기본으로 설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도 이제 차없이는 살 수가 없구나
아직 차가 없어서 (언제 생길지도 모르겠다) 대중교통에만 의존하며 돌아다니는데 워낙 차에 길들여진 미국생활 탓인지 가끔은 불편함을 느낀다. 비 오는 날 어린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것 자체도 번거롭고, 이마트 같은데 쇼핑을 하러가도 차가 없으니 많이 사기도 힘들고, 부피가 큰 것은 계속 구입을 미루고 있다. 또 (중고) 책상, 책장 등을 사려고 해도 차가 없다 보니 마음에 들어도 구입이 힘들다. 그래서 택배시장이 발달한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서 본 뉴스로는 고유가때문에 사람들이 자동차 이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여전히 차는 많이 밀리고, 또 연비가 낮은 중형, SUV, 미니밴 차량이 많이 증가한 것 같다.
아무튼 이제 한국도 차가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해진 것 같다. 아니면, 차가 있어야 삶의 질이 더 좋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미국보다 더 비싼 물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미국 물가가 그리 비싸 보이더니 돌아와 보니 한국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른 것 같다. 심지어는 미국의 한인마켓에서 한국에서 수입해서 파는 과자가 이곳에서 파는 것보다 싸다.
버스를 타고 가다 Costco를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내렸는데 (E-마트를 가던 중이긴 했다) 미국 Costco에서 보던 낯익은 물건들이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코스트코가 이 정도이면 다른 곳은 더 하단 뜻일텐데 하며 새삼 한국의 물가에 놀라게 됐다.
화장지 없는 공중화장실
미국에 가기 전부터 공중화장실 문제는 많은 시민들의 불만사항이었고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제일 적응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공중화장실이 아닐까 한다.
식당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빌딩 전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 열쇠를 가지고 가야 하고, 여러 가게가 함께 쓰다 보니 아무래도 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아 냄새도 심하다. 주은이는 화장실을 갔다가도 (암모니아) 냄새난다고 코를 내내 막고 있다. 종현이도 난생처음 보는 좌식변기가 어색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고 손을 씻을 물도 없는 곳이 많다. (미국에서는 휴대용 화장지를 사 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필수품처럼 가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밥 먹으러 갔는데 손도 씻지 못하다니....그래서 한국엔 물수건 사용이 발달한 것일까?
달콤한 군것질의 유혹
종현이와 주은이가 한국생활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군것질 문화다. 아직 냉장고가 없어서 우유를 아침마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 가서 사는데 아이들이 꼭 따라와서는 자기들 먹고 싶은 과자 하나씩 집어든다.
아파트 상가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 지하철 역 근처,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아파트 주차장에서 열리는 '알뜰장'에서의 군것질, 그리고 너무나 편한 배달음식 문화. (음식을 할 수 없다보니 벌써 배달 음식을 몇 번 이용했다.)
이제 으례 가게만 보이면 군것질 거리를 졸라대는 아이들...적응이 너무 빠르다. ^^
'전교 1등'을 광고하는 학원
미국에 있을 때 가끔 '우리 아이는 XXX 학교 우등생입니다. (My Child is an Honor Studnet at XXX School.)'라는 범퍼 스티커(Bumper Sticker)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본 적이 있다. 정말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미국 문화일까 생각하며 웃어 버렸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학원이 대신하는 것 같다.
학원들이 너무 많고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원 광고전단지나 배너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자기네 학원 출신 '아무개 전교 1등'의 문구가 참 어색하다. 나 어렸을 때는 재수학원에서만 '아무개 서울대 합격'을 광고했었는데 이제는 중고생도 아닌 초등학생까지 이제 학원광고의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튼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한국과 미국의 비슷함과 다름은 계속해서 이 블로그의 소재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외국(미국)에서는 이런데 왜 우리나라는 이 모양일까?' 이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 (비슷함 혹은 다름이지 우수함과 열등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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