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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이야기

미국에도 '순돌이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

카메라(캐논 파워샷 S70)가 고장났다. 주은이가 자기가 사진찍겠다면서 고집부리면서 몇 번 가지고 놀더니 플래시가 안 터진다. 그래서 아내 생일날 케잌 촛불끄기도 변변한 증거(?)를 못 남기고 온통 어두운 사진 몇 장뿐이다. 아주 고급 카메라도 아니고 플래시만 고장난 것 같아서 금방 고치겠지 하고 오늘 서비스 센타를 찾아갔다. (연말연시라 그동안 서비스센터도 놀고 오늘부터 열었다.)

접수받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보여주며 플래시가 고장난 것 같다고 했더니 몇번 셔터를 눌러보면서 일리노이(Illinoise) 주에 있는 수리센터로 보내야 한단다. 그래도 자기네가 보내면 공짜로 보낼 수 있단다. (가까운 곳에 서비스센터가 없는 사람들은 직접 수리센터로 배송을 해야 한다. 즉, 가까운 곳에 서비스센타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얼마나 걸리겠냐고 했더니 1-2주일은 잡아야 한단다. 여기서 보내면 받아서 견적을 뽑아서 고칠지 말지 결정하라고 알려준단다. 고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다시 수리해야할 제품에 포함되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니 여유있게 그렇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냥 그러겠다고 하면서 카메라를 넘기긴 했는데 답답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전자제품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수리가 얼마나 힘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플래시 전구가 나간 것 같은데 전구하나 고치는데 무슨 1-2주나 걸리는지, (익스프레스) 서비스 센타라고 이름 붙여놓고는 하나도 빠르지 않고 직접 고치지도 못하네. 그건 그렇고 견적은 또 얼마나 나올려나.. 이 기회에 아예 카메라를 바꿔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순돌이 아빠'가 생각났다. (요즘 사람들은 '순돌이아빠'를 모를지도 모르겠다. 예전 TV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에 전파상을 하는 순돌이 아빠(탤런트 임현식씨)는 무엇이든 잘 고친다. 그래서 미국에 맥가이버가 있다면 한국에는 순돌이 아빠가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고....)

이렇게 뭐 작은 거 하나 고치는데도 오래걸리고 또 비싸고 (예전에 아는 집이 비디오에 테이프가 껴서 안 빠지는 걸 고치려고 견적을 받았더니 100불 달라고 했단다. 새로 사도 그 정도 일텐데...) 그렇다고 고칠 수 있는 곳이 여기저기 많은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사람들이 적당히 쓸만하게 고장난 것도 버리고 새로 사는 경우가 많다.

고치는 비용이나 새로 사는 비용이나 비슷하긴 하니까 그럴만도 하다. 나도 집에서 쓰고 있는 삼성 레이져프린터를 싸게(140불짜리를 70불에) 샀었는데 토너를 바꿔야 할 것 같아서 알아보니 토너가 실제로 지불한 프린터 가격보다 더 비싸다. 그래서 누구는 아예 프린터를 1회용처럼 생각하면서 새로 산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냥 토너를 샀다.)

비싼 인건비가 무서워 재활용과 고쳐쓰기가 덜 발달한 이 미국 땅에 우리나라의 '순돌이 아빠'를 수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