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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하루에 두 계절 맛보기

어제(1/2/2007)는 종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썰매를 탔다. (나도 여태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눈썰매를 탔다.) 우리가 사는 얼바인(Irvine)에는 눈이 오지 않는 관계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아이들에게 눈구경을 시켜주고 눈에서 놀게 해 주고 싶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2년 전 맘먹고 눈썰매를 타러 가장 가깝다는 스키리조트인 Mt. High 에 가긴 했었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차를 주차할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정말로 "눈만 보고"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올해는 그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좀 쌀쌀하다 싶어 산에 가면 더 춥겠다고 생각하여 옷가지도 여벌로 준비하며 이것저것 챙겨서 집에서 나와 차로 가는데 옆에는 한 외국인 젊은 여자가 아이를 안고 서핑보드를 싣고 있었다. 겨울인데 누구는 눈썰매 타러 가고 누구는 바닷가 가서 서핑하러 가고....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막상 도착하니 올 겨울이 너무 따뜻하고 비도 별로 안 온 탓인지[각주:1] 2년전에 비해서는 눈이 너무 없었다. 또 사람들도 생각보다는 없었다. 그래서 2시간 짜리 표를 샀지만 꽤 여러번 눈썰매(자동차 타이어 튜브를 썰매대신 사용)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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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종현이는 계속 타고 나와 아이들 엄마는 교대로 주은이와 눈에서 놀면서 타려고 했는데 썰매장 슬라이드에만 눈이 있고 다른 곳은 주은이와 놀 눈이 없는 것이다. (주은이는 어리고 키가 작은 관계로 안아서도 탈 수 없었다.)

종현이는 처음 탈 때는 약간 무서워했지만 이내 재미들어서 신나하며 오르락 내리락 했다. 어느새 2시간이 넘어 그만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쯤에는 제법 사람들이 늘어 있었다. 그런데 날씨도 아침과는 달리 많이 풀려서 눈이 녹고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문을 다 닫고 프리웨이를 달리고 있자니 차 안이 덥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는데 날씨마저 봄날처럼 따뜻하니 더 덥게 느껴졌다. 결국 에어컨을 틀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주변에 두꺼운 겨울 옷 입은 사람은 우리가족 뿐인 것 같다. 반바지에 반팔티 차림의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아침에 보았던 서핑보드를 싣던 여자가 생각났다. '그 사람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
아무튼, 하루에 겨울과 여름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는 미국 땅이 참 넓긴 넓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얼바인에 비가 오면 거기는 눈이 온다고 보면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