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영어로 TA하는 유학생의 에피소드

지금은 경력(?)이 제법 되서 수업조교(TA) 하는 것이 괜찮지만 TA 초기에는 당황스런 경우가 몇 가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소리는 물론 아니다.)  모든 원인은 나의 미숙했던 (아직도 제자리인) 영어실력때문....

1. 시험감독을 하는 것인지 영어독해공부를 하는 것인지..
시험 시작때는 근엄한 표정으로 시험지를 나눠주고 컨닝하지 말라며 폼잡고 시험감독을 시작하지만 그때뿐이다. 학생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땀이 나기 시작한다. 우선 내가 미리 풀어본 문제가 아닌 경우 (풀어봤어도 내 답에 자신이 없는 경우)  나도 다시 천천히 읽어봐야 문제를 이해할텐데 다짜고짜 '이 문제 이상하다. 잘못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면 금방 대답을 못 해주고 문제 읽고 이해하느라 (영어 독해)  신경이 곤두선다. 더군다나 읽어보고도 뭐가 뭔지 모를땐 난감해진다.

2, 큰 소리로 얘기해줘..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질문을 해도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거리며 질문하는 것이다. 큰소리로 또박또박 얘기해줘도 잘 못 알아 듣겠는데 '소곤소곤' 거리니 정말 답답하다. 맘 속에서는 '크게 또박또박 얘기해 봐!' 이러고 있지만 어쩌랴..계속 못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있으면 다른 영어 잘 하는 조교나 교수를 찾는다.
(영어 못해서 미안해..)

3. "Speak in English"
내가 다니는 이 학교에는 한국학생이 제법 많이 있다. 어려서 부모와 이민을 왔거나 여기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도 있지만 한국에서 뒤늦게(?) 유학이나 교환학생으로 오는 경우도 제법 있다. 후자의 학생들은 아무래도 나처럼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하다.  (그래도 갈수록 요즘 세대 학생들은 영어를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한국사람인 것을 알고는 수업중에 잘 모르는 것이나 숙제관련해서 따로 찾아오면 서로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였다. 그런데, 가끔은 이 학생들 중에 시험시간에도 한국어로 질문을 한다.  나도 처음에는 멋 모르고 한국어로 답해주었다. 그러면 주변에 앉은 외국학생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조교랑 짜고 부정행위 하는 거 아니냐는 식) 쳐다본다. 잘못을 깨닫고는 그 다음부터는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Speak in English."를 요구한다.

그 다음부터 한국학생들은 질문을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