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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이야기

시스템과 매뉴얼의 나라, 미국

요 며칠 아주 더웠다. 1~2주 전까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할 정도고 주말엔 오지도 않던  비까지 와서(여기는 겨울이 '우기'라 다른 계절에는 비 구경이 힘들다) 캘리포니아 날씨 이상하다며 투덜거렸는데 제대로 더운 여름이 시작되려나 보다.

주은이가 무척 땀이 많은 편이라 조금만 자도 땀에 머리가 흠뻑 젖는다. (머리 숱이 많이 않아 더 금방 티가 난다.) 오늘 Costco 쇼핑 갔다가 에어컨을 싸게 팔길래 ($100짜리 $50에 세일. 에어컨 맞다..) 하나 샀다.

사긴 했지만 설치가 걱정이었다. 한국에 있을때 전구 하나  제대로 못갈던 나였는데..그렇다고 사람을 부르면 $50짜리 에어컨 설치에 최소 100불 이상은 들테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 하다 안되면 Refund 받기로 하고 (Costco의 장점 아닌가) 매뉴얼(사용설명서)을 읽으며 설치 시작...생각외로 설치가 간단하게 끝났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역시 매뉴얼(사용설명서)만 있으면 되는 나라가 미국같다. 미국 처음와서 집안에 필요한 살림살이 장만하면서 침대, 책장 등을 사는데 조립은 직접해야 한단다. (물론 배달도 직접 해야 하고..사람 시키면 인건비가 비싸니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게 해서 침대, 책장, 스탠드형 램프 등의 가구는 물론, 보기좋게 전시된 장난감 가게의  아이들 장난감도 결국은 아빠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손재주가 없는 내가 컴퓨터 책상에 바퀴도 달고, 집에 장판도 깔아보고, 자동차 배터리도 갈아보고...이것 저것 많이 해 보았다. 그런 일 할 때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가장이 살아 남으려면 손재주가 있어야 겠다(소위 말하는 "handy man")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같은 사람도 매뉴얼만 있으면 뭐든 '흉내는 낼수 있는' (전문가가 보기엔 너무나 엉성할테니까) 나라, 미국..

다양한 인종과 50개의 주가 각기 다른 법을 가지며 생활하기에 조화가 힘들 것 같은 나라지만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는 것 보면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잘 정비된 시스템과 여러가지 다른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여기서는 규정이라고 하자)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이방인인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시스템과 매뉴얼때문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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