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고 하여 우리나라 현충일과 비슷한 공휴일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현충일에는 순국선열을 기념하여 '흥청망청 노는 것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인데 여기서는 당연히 흥청망청까지는 아니지만 가족들끼리 여행을 참 많이 간다.
우리가족도 작년 7월 시카고 코스타 코스타(KOSTA) 집회에 다녀온 이후로 처음으로 오랜만에 숙박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장소는 자이언 캐년 (Zion Canyon)과 브라이스 캐년 (Bryce Canyon). 메모리얼 데이는 월요일이지만 목요일 오후에 종현이 학교 끝나자마자 출발하여 (연휴기간동안 여행하라는 의미인지 얼바인 지역 초중고 금요일 휴교) 토요일밤에 돌아오기로 하였다.
한 달 전쯤부터 계획은 하였지만 계획이라고는 잠잘 곳 예약한 것과 자동차 렌트 예약한 것 뿐 아무런 준비없이 먹을 것만 좀 챙겨가지고 그냥 갔다. (사실 논문 마무리때문에 여행이 좀 부담되기는 하였지만 예약은 했고 안 가면 그냥 날리는 돈이니 에라 모르겠다 다녀오자고 가다보니 옷가지도 챙긴다고 꺼내놓고는 가서 보니 아무것도 안 가져왔다. 호텔예약 확인서도, 지도도 없이 그냥 호텔 예약하면서 살펴봤던 머리속의 지도만 믿고 온 것이었다. ^^;;)
첫째 날:
첫 날은 라스베가스(Las Vegas)에서 자기로 하였는데 여행인파가 많은 것인지 중간에 퇴근시간이 겹쳐서인지 차가 밀려서 예상보다 늦게 호텔에 도착하여 라스베가스 구경도 못하고 그냥 잤다. (다섯 번째 라스베가스 행이었지만 도박게임엔 별로 관심이 없고 (거기에 돈 버릴만큼 여윳돈도 없고...) 그냥 매번 새로운 호텔에서 자보는 재미로 가는 것 같다.)
둘째 날:
늘 그렇듯이 계획은 아침일찍 출발이었지만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라스베가스를 떠나 자이언 캐년으로 향했다. (zion이 성경에서는 '시온'으로 발음되고 있다. 그런데 종현이는 내 발음이 자꾸 'giant'라고 한다며 발음교정을 한다. 그냥 종현이가 발음하기 어려운 '시온'이라고 해 버릴까?) 그런데 중간에 자꾸 주은이가 쉬가 마렵다고 보챈다. 예전 종현이는 그냥 빈 병만 있으면 길거리에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는데 여자아이는 그게 어렵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날 라스베가스로 오면서 쉬 마렵다고 하면 맥도날드 햄버거집 있는 곳에서 먹을 것 사주겠다고 하며 좀 참으라고 했더니 맥도날드만 보이면 쉬 마렵다고 하는 것이었다. -.-;;)
아무튼 자이언 캐년에 도착하여 그냥 바로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했다. (집에서부터 따지면 브라이스 캐년이 더 먼 거리라 돌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멀리 있는 브라이스 캐년부터 보기로 하였다.) 그 웅장한 바위산을 뚫어 길을 낸 터널을 통과하여 한참을 달려서야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날씨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두꺼운 복장에 긴 옷들을 입고 있었는데 준비를 안 하고 떠난 여행이라 우리 가족만 샌달차림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혹은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꿋꿋하게 여행 증명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날씨만큼이나 렌트한 차량도 우리에게 비협조적이었다. 갑자기 앞바퀴 공기압을 체크하라는 경고메시지가 떴다. 안 그래도 차는 운전할 줄 밖에 모르는데 어쩌라는 것인지, 더군다나 핸드폰도 통화 불능지역이라고만 표시되고...그래서 그냥 브라이스 캐년은 증명사진 몇 장 찍은 것에 만족하며 Kanab이란 도시에 예약해 둔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타이어에 공기를 넣었더니 경고메시지는 사라졌다.)
셋째 날:
아침을 먹고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서 자이언 캐년의 방문자 센터에 도착하여 공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만 다닐 수 있는 코스를 둘러보았다. 원래는 중간중간 내려서 하이킹도 좀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주은이가 자꾸 짜증을 낸다. 그래서 그냥 셔틀버스만 타고 둘러보는 '한국식 관광'을 하였다. 그래도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쯤 되었다.
갈 길이 멀어서 후일을 기약하고 (또 올 수 있을까?) 집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냥 차만 타도 7시간은 가야할 거리라 부지런히 가야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날 라스베가스 아웃렛(Las Vegas Premium Outlet)에 들러 쇼핑을 좀 하고 싶다는 아내를 많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설득해서 쇼핑을 못하게 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저녁도 먹을 겸 잠시만 들렀다 가자고 하는 아내를 설득할 이유가 없어서 (아내가 밤새 쇼핑의 논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녁시간에 다시 라스베가스에 잠시 들렀다.
이래저래 늦어신 시간 아이들은 차에서 잠들고 집에 도착해 보니 밤 12시가 조금 넘었다. 2박 3일동안 총 이동거리는 약 1,150마일.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는 나인데 참 수고했다.^^;
** 아이들의 다른 사진 몇 장 더는 이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족도 작년 7월 시카고 코스타 코스타(KOSTA) 집회에 다녀온 이후로 처음으로 오랜만에 숙박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장소는 자이언 캐년 (Zion Canyon)과 브라이스 캐년 (Bryce Canyon). 메모리얼 데이는 월요일이지만 목요일 오후에 종현이 학교 끝나자마자 출발하여 (연휴기간동안 여행하라는 의미인지 얼바인 지역 초중고 금요일 휴교) 토요일밤에 돌아오기로 하였다.
한 달 전쯤부터 계획은 하였지만 계획이라고는 잠잘 곳 예약한 것과 자동차 렌트 예약한 것 뿐 아무런 준비없이 먹을 것만 좀 챙겨가지고 그냥 갔다. (사실 논문 마무리때문에 여행이 좀 부담되기는 하였지만 예약은 했고 안 가면 그냥 날리는 돈이니 에라 모르겠다 다녀오자고 가다보니 옷가지도 챙긴다고 꺼내놓고는 가서 보니 아무것도 안 가져왔다. 호텔예약 확인서도, 지도도 없이 그냥 호텔 예약하면서 살펴봤던 머리속의 지도만 믿고 온 것이었다. ^^;;)
첫째 날:
첫 날은 라스베가스(Las Vegas)에서 자기로 하였는데 여행인파가 많은 것인지 중간에 퇴근시간이 겹쳐서인지 차가 밀려서 예상보다 늦게 호텔에 도착하여 라스베가스 구경도 못하고 그냥 잤다. (다섯 번째 라스베가스 행이었지만 도박게임엔 별로 관심이 없고 (거기에 돈 버릴만큼 여윳돈도 없고...) 그냥 매번 새로운 호텔에서 자보는 재미로 가는 것 같다.)
(헐크보다 무서운 인상의 주은이 ^^;)
둘째 날:
늘 그렇듯이 계획은 아침일찍 출발이었지만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라스베가스를 떠나 자이언 캐년으로 향했다. (zion이 성경에서는 '시온'으로 발음되고 있다. 그런데 종현이는 내 발음이 자꾸 'giant'라고 한다며 발음교정을 한다. 그냥 종현이가 발음하기 어려운 '시온'이라고 해 버릴까?) 그런데 중간에 자꾸 주은이가 쉬가 마렵다고 보챈다. 예전 종현이는 그냥 빈 병만 있으면 길거리에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는데 여자아이는 그게 어렵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날 라스베가스로 오면서 쉬 마렵다고 하면 맥도날드 햄버거집 있는 곳에서 먹을 것 사주겠다고 하며 좀 참으라고 했더니 맥도날드만 보이면 쉬 마렵다고 하는 것이었다. -.-;;)
아무튼 자이언 캐년에 도착하여 그냥 바로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했다. (집에서부터 따지면 브라이스 캐년이 더 먼 거리라 돌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멀리 있는 브라이스 캐년부터 보기로 하였다.) 그 웅장한 바위산을 뚫어 길을 낸 터널을 통과하여 한참을 달려서야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하였다.
전날 얼바인에서부터 날씨가 별로 안 좋았는데 브라이스 캐년까지 오는 중간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했다. 그냥 흐린가 싶었는데 중간중간 비도 오고, 비가 우박으로 변하기도 하고, 그랬다가 해도 나고 하더니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하여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에서 잠시 쉴 겸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데 눈발이 날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함박눈마냥 펑펑 날린다. 그러더니 눈인지 우박인지 모를 것들이 하얗게 자동차를 덮기도 했다. 종현이와 주은이는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으로 직접 눈을 맞아보는 것이 기분 좋은지 입을 벌려 눈을 먹어보기도 하며 아주 좋아라 했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눈) (눈이 신기한 주은이)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날씨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두꺼운 복장에 긴 옷들을 입고 있었는데 준비를 안 하고 떠난 여행이라 우리 가족만 샌달차림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혹은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꿋꿋하게 여행 증명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눈 덮힌 캐년) (자연적으로 형성된 아치일까?)
그런데 날씨만큼이나 렌트한 차량도 우리에게 비협조적이었다. 갑자기 앞바퀴 공기압을 체크하라는 경고메시지가 떴다. 안 그래도 차는 운전할 줄 밖에 모르는데 어쩌라는 것인지, 더군다나 핸드폰도 통화 불능지역이라고만 표시되고...그래서 그냥 브라이스 캐년은 증명사진 몇 장 찍은 것에 만족하며 Kanab이란 도시에 예약해 둔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타이어에 공기를 넣었더니 경고메시지는 사라졌다.)
셋째 날:
아침을 먹고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서 자이언 캐년의 방문자 센터에 도착하여 공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만 다닐 수 있는 코스를 둘러보았다. 원래는 중간중간 내려서 하이킹도 좀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주은이가 자꾸 짜증을 낸다. 그래서 그냥 셔틀버스만 타고 둘러보는 '한국식 관광'을 하였다. 그래도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쯤 되었다.
(Zion 캐년내의 Human History Museum에서)
갈 길이 멀어서 후일을 기약하고 (또 올 수 있을까?) 집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냥 차만 타도 7시간은 가야할 거리라 부지런히 가야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날 라스베가스 아웃렛(Las Vegas Premium Outlet)에 들러 쇼핑을 좀 하고 싶다는 아내를 많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설득해서 쇼핑을 못하게 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저녁도 먹을 겸 잠시만 들렀다 가자고 하는 아내를 설득할 이유가 없어서 (아내가 밤새 쇼핑의 논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녁시간에 다시 라스베가스에 잠시 들렀다.
이래저래 늦어신 시간 아이들은 차에서 잠들고 집에 도착해 보니 밤 12시가 조금 넘었다. 2박 3일동안 총 이동거리는 약 1,150마일.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는 나인데 참 수고했다.^^;
오늘, 종현이에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 "눈" 그런다. 그렇다. 길게 주절주절 썼지만 핵심은 위의 분홍색 박스 내용이다. '따뜻한 남쪽나라' 캘리포니아에서는 겨울에 바닷가 가서 놀 수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름에 눈구경을 할 수도 있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빈약한 여행계획과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그럴듯한 해석...^^)
(빈약한 여행계획과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그럴듯한 해석...^^)
* 방문자 센터의 안내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캐년의 형성이 수십만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비와 눈 그리고 침식(Erosion)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고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이 짧은 시간에도 가능한 자연의 창조자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있다면 굳이 수십만년의 세월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아이들의 다른 사진 몇 장 더는 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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