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후 아이들과 중랑천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산책을 하다 돌아오는 길, 한 할머니께서 폐지가득 모은 유모차를 끄시며 XX고물상 가는 길을 물으신다.이 동네엔 고물상이 없는데... 어디서 오셨냐니까 면목동에서 오셨단다. 할머니는 "폐지 줍는 재미로" 계속 다니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하시며 길을 잃어 난감한 표정이시다.
차로 동네까지 모셔 드리기로 하고 네비게이션을 검색해보니 다행히 할머니가 찾으시는 고물상이 3km 정도 떨어져 있단다. 할머니가 한나절동안 수집하신 폐지와 유모차를 차에 싣고 가면서 연세를 여쭤봤더니 85세나 되셨다.(나이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다.) 할머니 고향은 전주인데, 서울 오신지 10년 정도 됐고 딸가족과 사신다고... 점심식사 후 폐지 주으러 나오셨다고 하셨으니 6시간 정도를 걸어다니시면서 당연히 저녁도 못 드셨을텐데, 길 잃었다고 딸한테 혼나겠다고 걱정하신다. (핸드폰도 없으시고 딸 집 전화번호만 기억하고 있으시다고...)
집까지 모셔드릴까 했는데 할머니가 차로 가는 길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 고물상 앞까지만 모셔 드렸다. 거기서부터는 찾아가실 수 있겠다고 하신다. 다시 폐지를 유모차에 내려 드리고, 조심해서 들어가시라며 인사드리며 식사하시라고 할머니 손에 돈 만원을 쥐어 드렸다. 차를 오랫동안 주차하기에는 불편한 곳이라 할머니와의 만남은 거기서 끝났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차에서부터 계속해서 좋은 사람 만나 너무 고맙다고 하셨지만, 폐지줍는 노인들 삶이 이 할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루 종일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시고 다리품 파시며 폐지 모아봤자 몇 천원 정도 받으실텐데, 그러다 오늘처럼 길이라도 잃으시면 어쩌시나 싶다.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회(정부)가 노인들을 말로만 어르신이라고 높여드리면 뭐하나 하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고, 나 자신도 그동안 저런 노인들의 삶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내 자신이 개인적으로 특별히 도움이 되어 드릴 수는 없지만, 남은 여생 (물질적으로는 아닐지라도) 평안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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