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아닌 말로 영어를 익힌 아들, 어제 보니 영어 문법문제를 풀면서 어렵다고 낑낑댄다. 뭐가 그리 어렵나 싶어 봤더니 1형식, ..., 5형식(S+V+O+C) 이러면서 문제를 풀고 있다. 답답해하는 아들을 위해 "성문 영어"로 다져진 문법실력으로 도움을 주긴 했지만 답답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20여년전 영어 문법책을 보며 낑낑대던 모습이 떠 오르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말은 못하면서 시험은 그럭저럭 보는 신기한 한국인'으로 평가받던 생각이 났다. 그런데, 영어로 말 잘하고, 책 잘 읽고, 자기 생각 쓸 줄 아는 아들이, 미국에 있었다면 영어 문법책을 펼쳐 보지도 않았을 아들이 영어 문법에도 능통한 아이가 되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현실이 씁쓸하다.
그리고, 아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영어 문법 공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해 그런 공부 필요없다고 하고 싶은데,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영어 잘하는 아이로 평가받는 사실에 흐믓한 아내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여긴 한국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답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