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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선글라스...또 다른 익명성

한국에서는 안경도 한 번 안 써봤기 때문에 선글라스는 운전할 때나 가끔 썼었는데 아무래도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햇살이 강하다보니 아무래도 자연스레 선글라스나 모자를 찾게 되는데 나는 모자가 별로 안 어울리는 스타일인지 아내가 맘에 안 들어한다. 나 스스로도 모자는 하늘을 가린다는 답답함이 있어서인지 별로 안 찾게 된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쓰기 시작했다. 운전할 때는 기본이고, 점심먹으러 나가면서, 집에서 학교 걸어서 오가는 동안에도 자연스레 선글라스를 찾게 된다.

오늘 선글라스를 하나 새로 샀다. (위의 이미지가 내가 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존에 있던 것을 (그것도 두 개 있던선글라스 모두) 주은이가 다리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새로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한 두 달만에 구입한 것 같다.

새로 산 선글라스를 쓰면서 온라인과는 다른 익명성을 즐기는(?) 나를 발견하였다.

선글라스를 쓰면 상대방은 나의 눈을 자세히 보기 힘들다. 따라서 나의 생각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운동경기의 코치나 감독들이 사인을 보낼때 보면 아주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가 보다. 반대로 나는 선글라스 뒤에 숨어서 길가는 여자들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별로 반갑지 않은 사람을 보면 슬쩍 못 본 척 피해가기도 한다. 온라인의 익명성과는 다른 또 하나의 익명성이 생기는 셈이다.

익명성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익명성을 무기로 악을 행할 것인가, 자신을 숨겨가면서 선을 행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