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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자녀와 함께 걷는 등교길

예전에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아이들은 걸어서 다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아주 멀리 사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지만....) 또 당시에는 선생님들도 대부분 걸어서 출퇴근을 하셨던 것 같다. 요즘 초등학생들, 특히 저학년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걷기, 자전거나 아이들 건강에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 것이야 잘 알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실천하기는 힘든 것 같다. 맞벌이 부모들의 경우 자신들의 출근시간도 있고 하니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학교까지 걸어오면서 대화를 나누는 '낭만적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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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Walk to School)


그런데 '자동차의 나라'라는 미국에서 걸어서 학교가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지난 글에 잠시 언급했지만 (10월의 미국 초등학교 스케줄), 오늘(10/3/2007)은 얼바인 통합교육구(IUSD)에서 '걸어서 등교하는 날(Walk to School)'로 아이들이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할 것을 권장한 날이다. International Walk to School이라는 국제기관에서 10월을 '도보(자전거) 등교의 달 (International Walk to School Month)'로 정해 각 학교차원에서 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을 권장한데 대한 반응인 것 같다. 종현이네 학교 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많은 도시에서도 10월 3일을 기념일로 정해 이벤트를 진행한 것 같다.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아울러 안전한 등교길(Safe Routes to School)에 대한 홍보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세이프 키즈 코리아 (Safe Kids Korea)'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구글맵을 검색해 보니 우리 집에서 종현이네 학교까지 1.4마일(약 2.2km)란다. 또 찻길을 세 번 건너야 한다. 아이가 걷기에는 제법 먼거린데 (그래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걷기에 부담되는 거리라면 학교 근처에 차를 주차시키고 짧은 거리라도 아이와 같이 걸어오라고 권장한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정말일까?) 종현이는 며칠 전부터 10월 3일은 걸어서 가는 날이라고 상기시킨다. 종현이 걸음으로 넉넉히 30분은 걸릴 거리같은데 걸어가겠단다. 스쿨버스 타려고 나가는 시간 쯤에 나가면 될 것 같아 자기 전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고 하니 아침 일찍일어나 일찌감치 모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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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는 길)


길을 나서니 제법 많은 아이들과 마주친다. 유모차에 동생까지 태우고 나온 엄마도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각자 자전거를 타며 가는 엄마도 있었다. 가는 동안에 종현이와 나는 이번 금요일 교회 어와나(Awana)에서 암송해야 할 성경구절을 반복하며 걸어갔다. 학교에 도착하니 교문 앞에서 걸어오는 학생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준다. 종현이 담임선생님도 걸어왔는지 스티커를 가슴에 부착하셨다. 종현이는 선생님께 인사하자마자 바로 운동장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기 바쁘다. 아이들 노는 모습은 한국(어린시절의 내 모습)이나 여기나 똑같은 것 같다.

수업종이 울리고 종현이는 교실로 들어갔다. 이제 문제는 돌아오는 길...혼자서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 둘러보았는데 안 보인다) 다시 그 거리를 돌아오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운동을 안하다 오랜만에 아침일찍부터 한 시간 가까이 걸어서인지 피곤하기까지 하다.

자동차 이용에 따른 환경오염이니, 에너지 절약이니, 체력증진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는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관심밖이겠지만 종현이는 (아빠랑 같이 걸어서 그런지) 재미있다며 다음에도 또 걷자고 하는데, 그러자고는 했지만 돌아올 때는 심심해서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