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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한국을 떠나 이 넓은 미국땅의 자그마한 도시 얼바인(Irvine)에서 살고 있지만 이 곳에서 만나고 알게 된 한국사람은 제법 많다. 그 만남들 속에 '세상 참 좁구나' 하게 느끼는 만남들도 있다.

첫번째:   미국에 온 첫 해 학생아파트에 집을 배정받아 살고 있었는데 얼마 안 있어 옆집에 새로 이사온 집이 한국 사람들이었다. 나도 이른 나이에 유학을 온 것은 아닌데 옆집은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선배님이 유학생활을 하러 오셨다 (물론 우리보다 몇 년 일찍 미국에 오셨다). 몇 번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그 선배님 부인(형수님)이 아내와 같은 대학을 나왔다. 물론 이 넓은 미국땅에, 아니 같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것도 바로 옆아파트에서 벽을 맞대고 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예전 대학교때 '선배는 봉이다'라는 느낌처럼 많이 얻어먹고, 또 그 집 아들이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데 종현이를 아주 이뻐해주고 잘 돌봐줘서 잘 지냈다. 지금은 LA에서 박사과정 중이신데 조만간 오랜만에 또 찾아가 조촐한 종강파티를 해야겠다.

두번째: 내가 유학온 다음 해에 같은 경제학과에 신입생으로 온 사람은 처음 만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내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같은 반이었던 적은 없었는지 서로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동창을 알게되어 반가워 하던 그들이었다. 지금은 아이들 엄마들끼리 더 친해졌고 또 그 집 아들이 주은이와 같은 또래라 자주 왕래하며 지내고 있다.

세번째: 작년에 종현이가 베델교회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엄마, 아빠는 계속 다른  교회를 다니고) 익힌 크리스마스 율동을 보여주는 행사에 갔을 때 였다. 엄마, 아빠들 모두 자기 자식들 이쁘다고 사진찍고 돌아다니느라 바쁜데 아내가 돌아다니다 한 엄마와 눈이 마주치더니 '어!'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한참 쳐다 보고 있었다. 서로 어디서 봤더라 기억을 되돌리지만 쉽게 기억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침내 둘이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반가워 하였다. 역시 고등학교 3년동안 같은 반 된 적이 없었던 친구였는데도 멀리 미국땅에서 만나게 되니 금방 친해진다. 지금은 같이 베델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며 자주 만나고 있다.

네번째: 이번에는 내 경우다. 올해도 같은과에 신입생(말만 신입생이지 박사과정인지라 나이들이 다 틀리다)이 왔는데 이전부터 내게 메일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두 명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다들 모여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신입생이라고 하는 두 명 중 한 명이 눈에 딱 들어오는데 잠시 기억을 되살리다 고향을 물어보니 강원도다. 예전 학교 다닐때 '강원학사'라는 강원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다니는 학생을 위한 기숙사에서 잠시 같이 지냈던 것이다. 물론 사용하던 방은 틀렸지만 내 친구며 선배들이 그  호실에 모여있어서 자주 놀러갔던 방이다. 순식간에 경제학과 학생의 최고 연장자가 바뀌게 되었다. (슬픈 사실이지만 나와 그 선배는 몇몇 젊은 교수들보다도 나이가 많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미니홈피나 다른 사람을 통하여서 누가 미국의 어디어디에 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작은 한국땅에서 알게된 그들을 이 넓은 미국땅에서 만나게 될 줄을 몰랐지만 세상이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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