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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미국에서 '여보세요'로 전화받기

워낙 말(전화)보다 글(메일, 메신저)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을 편해 하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 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위해 전화와 메일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면 거의 메일을 택한다. (특히 이곳 미국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경우는 정말 전화보다는 메일이 편하고 할말 다 할 수 있다.) 전화할 일이 있어도 보통 1분이내에 모든 할 말이 끝나고 더이상 대화의 진전이 없어 전화를 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 며칠 교회 일로 다른 (한국)사람들에게 전화할 일이 있었는데 모두들 'Hello'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미국생활 5년차이지만 나는 전화 받을때 여전히 '여보세요'하고 받는다. 셀폰에 발신자표시로 전화를 건 사람이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각주:1] 분명한 경우에는 가끔 'Hello'로 받긴 하지만 그 외는  무조건 '여보세요'이다. 자동응답기에도 종현이가 우리 말로 또박또박(?) '메시지 남겨주세요'라고 녹음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1. 굳이 'Hello'할 필요를 못 느낀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사람들이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을까? 특히나 미국사람들은 어딜 가든 영어밖에 모른다.[각주:2]
아무튼 전화를 건 사람이 용건이 있어서 걸었으니 '여보세요'로 받던 'Hello'로 받던 용건을 말할테고 전화 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종현이의 우리말 메시지를 듣고도 외국사람들은 메시지를 남기는 반면, 한국에서 전화를 건 친지들이 실수로 종현이의 자동응답기 메시지가 지워졌을 때 전화기에 내장된 녹음메시지를 영어로 듣고는 전화 잘못 걸었나 싶어서 아무런 메시지도 안 남기고 끊었다는 경우가 더 많았다.

2. 외국사람이 전화할 일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외국 사람들보다는 한국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 많다. 미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면 모를까 아직은 오는 전화도 별로 없고 전화하는 외국인들도 동기생들 몇 빼고는 없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나 세미나 시간외에는 외국사람들을 별로 만날 일이 없다. 그저 내 연구실에서 나 혼자 '낑낑대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3. 광고전화 대처에 효과적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광고전화나 기부금 요청전화가 적게 오는 편이긴 하지만 가끔씩 전화가 온다.[각주:3] '여보세요'하면 상대방이 잠깐 멈칫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역시 광고전화는 광고전화. 막 떠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도 계속 "여보세요, 여보세요"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알아서 끊는다.
가끔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내 이름을 대면서 통화를 하려고 한다. 잠시 응하다 보면 역시 광고전화거나 기부금 요청 전화다. 한참 듣다 못 알아듣겠다는 듯 (실제로 못 알아 듣는 경우도 많고) 더듬거리면서 영어 못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한다. 처음부터 '여보세요' 했으니 상대방도 대충 이해하고 끊는다.

  1.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들. 미국이라고 모두 미국인은 아니니까.. [본문으로]
  2. 우스개 소리로 두 가지 언어를 다 잘하는 사람은 'bilingual'이라 하고 세 가지 언어를 잘하는사람은 'trilingual'이라고 하지만 오로지 한가지 언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은 'American'이라고 하지 않는가. [본문으로]
  3. 미국에서 광고성격의 전화를 안 받고 싶으면 National Do Not Call Registry 에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된다. 등록이 되었는데도 광고전화가 오면 신고하면 되고 상대방은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 것 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