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종현이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

종현: "아빠, 미안해요. 카펫에 물을 쏟았어요."
아빠: "어디? 왜? 조심하지 않고..."
종현: "히히, 아빠 '낚였다'."

요즘 종현이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 '낚였다', '뻥이다' 등의 속어를 쓸 정도로 한국말 실력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I tricked you." 하며 영어를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한국말의 비율이 더 많아졌다. 사연인즉, 여름방학동안 미국에서 지내며 썸머 캠프(Summer Camp) 등을 다니면서 영어를 연습(?)하려고 한국에서 온 5학년 형과 알고 지내며 놀면서 배운 것이다. 이전에는 집에서도 영어로만 얘기하려고 하더니, 이제는  '형은 영어 연습하려고 온 것이니까 종현이한테 영어로 이야기 하라'고 해도 한국말로 다 한다. 그 아이가 아직은 당연히 한국말이 더 편해서 종현이에게 자꾸 한국말로 하니 종현이는 그냥 자연스럽게 한국말만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Day Care (어린이집)에 가면 바로 영어만 사용한다. 종현이의 머리 속에는  영어가 들어가면 영어로 나오고, 한국말이 들어가면 한국말로 나오도록 완전하게 두 가지 언어가  공준하고 있는 것 같아 참 신기하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한글학교 보내고, 한글 책 가르쳐도 지지부진하던 한국어가 적어도 말하기는 놀면서 금방 늘었으니까.. 여기서 있던 유학생 가족의 아이들만 봐도 그렇게 영어만 하던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가서는 몇 개월만에 영어는 잊어버리고 한국말만 하게 된다더니 나중에 종현이도 한국 가게되면 '놀면서 배운' 한국말에 영어는 잊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영어 연습시키겠다고 미국에 오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생각해서 영어권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잘 골라야 할 것이다. 왔다가 종현이 같은 아이들한테 한국말만 가르쳐주고 가면 아까울테니...

아무튼 종현이의 늘어난 한국어 실력에 요즘엔 매일 저녁 6시 아빠와 '얼음, 땡!' 놀이도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