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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미국 초등학교 TA하기

나는 이번 학기에 좀 특이한 TA를 하게 되었다. 다름 아니라 매주 목요일 종현이네 반에 가서 선생님의 수업을 도와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학교에서 부모들의 학교행사  참여를 (돈으로든  혹은 시간으로든) 적극 장려하며 다양한 자원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돈이 없는 우리는 그냥 내가 시간을 내서 수업을 도와주기로 하였다. 또 그 핑계로 종현이가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가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원했다.

처음으로 수업을 도와주러 가던 날 교실 앞에서 나를 맞아준 것은 의외로 아이들 가방이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가방을 교실로 가지고 들어가지 않고 교실 밖에 걸어 둔 채 그 날 필요한 폴더만 (Daily Work Folder  또는 숙제 폴더 등) 가지고 들어간다. 그 폴더들과 재킷 등의 겉옷은 또 다시 교실안의 개인 사물함(Cubby)에 두고 수업을 듣고 나눠주는 프린트 물등을 넣어놨다가 집에 갈때 꺼내서 가방으로 가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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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 걸린 아이들 가방.


8시에 수업이 시작되면 담임 선생님이 전체 아이들(30명)을 대상으로 한 읽기, 쓰기 등을 가르치고 8시 30분부터는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30분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단어나 문장을 완성하는 연습문제를 풀거나 자기 저널에 그림일기 식으로 그림과 이야기를 문장으로 쓰는 연습을 하게된다. 20여분 단위로 세 그룹을 다 돌게되며 모든 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20분의 간식시간을 갖게된다.

나의 임무는 그 중의 한 그룹을 맡아 아이들이 하는 연습문제를 도와주는 일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다 알아서 하며 간혹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손을 들고 질문을 하면 내가 도와주고 다 한 아이들에게는 '참 잘했어요'라는 의미로 웃는 얼굴(smiley)을 그려준다. 연습 문제를 일찍 끝낸 아이는 다음 그룹으로 이동할 때까지 교실내에서 원하는 퍼즐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수업을 하다보면 물론 떠들고 산만한 아이가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는 선생님이 벌칙구역(?)으로 가서 수업을 듣도록 한다. 집이라면 엄마, 아빠한테 한참 혼났겠구나 싶은 아이도 학교에서는 체벌도 전혀 없지만 신기하게 통제가 잘 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달을 수업을 도와 줬는데 재미있다. 학부생들 TA할 때는 영어 잘 못하면 무시당하고 그랬는데 아이들은 "Mr. Kim" 그러면서 선생님 대하듯 잘 따라준다.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고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과제를 다 끝냈을 때도 손을 들고 내가 '참 잘했어요' 표시를 해줄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이라 (영어로) 의사소통 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단어는 내가 더 많이 알아도 말은 아이들이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나도 수업을 도와주면서 영어 연습도 겸하게 된다. 읽기, 쓰기 수업이 끝나고 간식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헤어진다. 아이들은 또 (물론 선생님이 시켜서) "Thank you"로 감사표시를 한다.

우리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수업을 도와주며 종현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즐거운 목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