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든 영어든 아이들이 말과 글을 배우는 과정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혹은
어린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던 사람)은 알겠지만 아이들이 말을 이해하고 (귀) 단어와 문장을 사용해 스스로
의사표시를 하고 (입) 글자를 익혀 읽고 (눈) 쓸 줄 알게 된다 (손). 따라서 아이들 영어교육 (혹은 자기 스스로의
영어공부)에 관심있는 사람은 위의 순서처럼 영어에 노출을 시켜주면 된다.
이제 만 6살이 된 종현이가 영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 온 직후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16개월쯤부터다. 한국에서는 놀이방도 다녀본 적 없는 종현이가
처음에는 영어만 사용하는 어린이 집에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라는 '낯선' 언어에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한국말도 말귀는 알아들어도 자기 의사표시를 제대로 할 줄 몰랐던 종현이였는데 집에서 듣던 말이 아닌 이상한 언어를
접하면서 초기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던 것 같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장난감을 빼앗겨도 "Mine (내꺼야)"이라는 말을 못해서
그냥 울기만 했었으니까...
그러다 귀가 영어에 익숙해지자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따르게 된다. 또 간단한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하고 발음이 불분명하지만 선생님 말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커서는 듣는 영어는 더 익숙해졌고 말은
여전히 문법적으로는 틀린, 발음도 조금씩 틀리지만 더 많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과 혹은 조금 더 큰 아이들과
지내면서 자기네끼리 의사소통의 언어가 영어가 되면서부터는 어느 순간부터 말하기 실력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정식으로 학교(Kindergarten)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그냥
어린이 집에서 놀면서 알파벳과 기본 숫자만 겨우 익혔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정식으로 읽기와 쓰기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전혀 못 읽던 종현이도 읽기는 Phonics를 통한 발음 원리를 익히면서는 스스로 읽어내려고 많이 노력한다. 또 쓰기는
처음에는 '그리기'였지만 (그것도 헷갈린지 J, R. D 등은 좌우를 뒤집어 쓰기도 했다) 차차 익숙해 지면서 단어를 겨우
베끼던 실력이, 한 문장 정도 겨우 만드는 실력으로 발전하고 이제는 여러 문장으로 아주 짧은 이야기를 만드는 정도가 되었다.
물론 아직도 단어의 스펠링은 많이 틀린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발음해 보면서 소리에 맞춰 비록 틀릴지라도 단어를 만들어 낸다.
(예: becuzz, sockr 는 각각 "because"와 "soccer"의 종현이식 표현이다.)
자, 그럼 우리같은 외국인도 희망이 있을 것 같다. 우선 귀를 부지런히 영어에 노출시켜 듣기에 익숙해지고, 그
다음에 되던 안되던 입으로 따라하는 말하기를 익히고 (모르는 단어 있다고 스펠링부터 알려고 하지 말고..), 그와 병행하여 읽기(눈)와 쓰기(손)를 익히면 그래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또 읽기와 쓰기부터 배운 어른 세대들은 이 네 가지를 병행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단계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익숙해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각자 다를 것이지만 아무튼 노출의 시간에 비례하여 그만큼 빨리
익숙해 질 것이다. 생각해보자. 아주 어린 아기들이 엄마, 아빠의 말귀를 알아듣고 행동하는데 몇 개월이 걸리는지, 또 그동안
같은 단어, 문장을 몇 번씩 듣게 되는지...
영어 공부, '왕도(Royal Road)'는 없고 '정도'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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