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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아빠와 함께 저녁먹기" 프로젝트 마무리 소감

어느덧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은 끝나고 여름의 시작인 6월로 접어들었다. 지난 5월동안 경향신문의 '착한시민 프로젝트'의 가정의 달 프로젝트인 "아빠와 함께 저녁먹기"를 진행하였다. (어버이날을 비롯 나와 아들의 생일 등 함께 식사할 많아) 온 가족이 함께 한 저녁시간은 많았지만 계획만큼 '아이들과 함께'(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아빠와 함께') 많은 대화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높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좋은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돌아본다.

1. "아버지와의 식사" 추억 되짚어보기

아이들과의 저녁식사 이벤트 계획을 하면서 문득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식사모습을 떠 올려보았다. 사실 별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 시절 나의 아버지, 곧 어머니의 남편은 요즘 개그코너의 ‘남하당’으로 묘사되는 전형적인 남편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업 실패로 병을 얻으셨고 끝내 빚만 남겨놓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던 아버지셨기에 나도 아버지와의 추억이 초등학교 시절 몇 년 빼고는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도 기억나는 장면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가을운동회때 어머니께서 푸짐하게 준비해온 음식들을 운동장 옆 그늘막에서 온 식구가 함께 먹던 장면이다. 아버지께서 학교 오시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고 사진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카메라를 들고 우리 형제들의 운동회 모습을 담아주시곤 하셨다. 두번째는 어린이날에 가족소풍을 갔던 기억과 아버지 직장에서 야유회를 갔을 때 나를 데리고 가셨던 기억이 난다.

끝으로 내가 5학년때 당시 보험세일즈를 하시던 아버지를 하루종일 따라다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춘천에 살고 있었는데 화천, 철원 등 강원영서 북부지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날 허름한 중국집에서 아버지와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이 좋은 음식을 매일 드시나 보다'며 부러워했던 철없던 아들의 생각이 지금은 참 부끄럽게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비포장도로도 많았던 강원도를 여기저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시면서 힘겹게 돈을 버신 것인데... 아, 아버지! ㅠ.ㅠ

2. "아이들과의 식사" 추억 만들어주기

그 철없던 아들이 이제는 두 아이에게 아빠라 불리며 아버지가 되었다. 어느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외모의 닮음을 떠나 이제 나도 '아버지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5년이 되어서야 그것을 깨닫는 철없는 아들로서 말이다. (ㅠ.ㅠ)  그래도 스스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책도 잘 읽어주고, 좀 더 많은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내 자신이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결국은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에 그 뿌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기' 프로젝트를 참여하게 된 것도 많은 '좋은 아빠 되기'의 방법을 알지만 말고 직접 실천을 해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지난 달 아이들과 식사를 하면서 나도 아이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아이들간의 갈등이나 다툼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또, 아이들 입장에서도 음식만들어지는 과정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과 '나도 음식을 만들 수 있구나'(사실 "음식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구나"가 정확한 의미겠지만...)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가족이 외식할 때마다 아이들끼리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정하겠다고 갈등과 다툼이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 아빠도 모두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거나 아이들끼리 이번에는 오빠가 정하고 다음에는 동생이 정하는 등의 순서를 정해서 외식메뉴를 선택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도 성과가 아닐까 싶다.(물론, 순서를 잊어버리고 다시 싸워서 문제지만...-.-;;)

생각만큼 많은 이벤트를 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즐거워했던 아빠와 함께 식사하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어설프게 마무리된 것 같다. 그렇지만, 지난 가정의 달 이벤트는 충분히 다양하지 못하고 아쉽게 끝날지 모르지만 아이들과의 저녁식사는 계속될 것이고 좋은 아빠, 행복한 아빠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되리라 믿는다. (다음에는 외식메뉴 정하기를 게임을 통해서 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