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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여름방학을 마치고 새학기 다시 종현이와의 등교길이 시작되었다. 학기초가 되면 등교하는 학생들 앞으로 피켓을 들고 전교회장 선거운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교문에 도열해서 "기호 X번, OOO" 연호하는 운동원들 사이를 지나서 교실로 향한다.


(몇 년전 사진인 듯 한데..요즘엔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선거도 어른들 선거 못지 않다.)

지난 주 금요일 각 반마다 반장선거가 있었다. (요즘은 반장이 아니라 '회장'이라고 부른다지만 내게는 반장이란 표현이 더 정감있게 들린다.) 목요일 저녁 종현이가 갑자기 "엄마, 나 내일 반장선거 나갈래요." 한다. 1학기 때 엄마가 슬쩍 권해봤을 때는 '그런 거 뭐하러 하냐'고 하더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거에 나가겠단다. 그러더니, 반 친구들 앞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빠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그래서, "그런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만들어야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런 저런 구성을 하면 되겠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조금 있다 종현이가 '반장선거 출마의 변'을 만들었다. 아무튼, 안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하니까 6학년때까지, 될 때까지 도전하겠단다. (이런...벌써 정치인 다 된거 아냐? ^^;)

반장은 반을 대표하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중간 역할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 합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친구들과 골고루 잘 지내고 선생님과학생들의 중간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저는 회장을 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회장을 하고 싶은 이유는 우리 3-4반을 서로 안싸우고 사이좋게 지내는 분위기가 좋은 반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잘하는 것이 있다면 영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잘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
를 뽑아 주신다면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해 우리 반을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종현이의 반장선거 출사표)

다음날, 아내에게서
종현이가 (남자반장에) 당선되었다며 전화가 왔다.(남자 회장, 부회장, 여자 회장, 부회장 4명의 임원을 뽑는다는데, 그리 어려운 선거는 아니었던듯....) 저녁에 종현이를 보니까 한껏 웃으며 "아빠, '회장님'이라고 불러 주세요." 한다.

전날 
아들의 출마선언에 '(반장)되면 좋겠다'고 말하던 아내는 막상 아들이 당선되고 오니까, '반장엄마 하면 돈도 제법 들고, 할 일도 정말 많대.'라며 울상이다. 아무튼, 덕분에 나도 '반장엄마'의 남편이 되었으니 좀 귀찮아질 것도 같다. (그래도, 초등학교시절 일주일씩인가 한달씩인가 돌아가면서 하는 '분단장'이 최고 직분(?)이었던 아빠보다는 아들이 낫네. ^^;)

덧붙임)
어제(토)부터 오늘까지 종현이가 학교 각 반 임원들만의 '임원수련회'를 다녀왔다. 다녀와서 하는 말, "임원 수련회만 없으면 회장 하는 것 재미있을텐데...." 한다. 내년에 또 반장선거 나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엄마는 속으로 안도의 한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