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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입양인, 그리고 '엄마나라'의 교통문화

작년 8월에 2주동안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입양인들의 한국방문기간동안 홈스테이(Homestay)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 달부터 또다른 입양인에게 7월초까지 홈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조국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다른 나라로 입양되어 피부색이 다른 부모 밑에서 자라나며 미국인으로 미국문화에 익숙한 채 20여년을 살다 자신을 낳아 준 '엄마 나라'를 찾아온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작년에 함께 했던 입양인 친구나 이번에 함께 지내고 있는 입양인 친구 모두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훌륭하게 평가한다. 미국에서와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 한국어를 못하는데도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원하는 목적지에 다녀 오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도 않고, 빠르고, 깨끗해서 좋단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자가용을 이용한 교통문화에 대해서는 평가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가끔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외식을 하러 갈 때 우리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곤 하였다. 그런데, 목적지로 가는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곤 한다. "지금 빨간 신호인데 왜 저 차는 그냥 지나가냐?", "저 차는 왜 저렇게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대냐?", "왜 저 아이는 (아이들 안전벨트를 안하고) 엄마 무릎에 앉아서 앞자리에 타고 가냐?" 등등...

또 한 번은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엇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중이었는데, 뒤늦게 길을 건너던 그 외국인이 뛰면서 보행을 마쳤다. 그리고 (여전히 보행신호중임에도) 운전자인 나에게 마치 늦게 건너 미안하다는 듯이 눈짓을 보낸다. 내가 빨리 건너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괜히 옆자리에 앉았던 입양인 친구에게 우리의 잘못된 교통문화를 또 다시 들킨 듯 부끄러워졌다. 그러면서, '아, 외국인도 우리나라에 살다 보면 몹쓸(!)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에 적응해가는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입양인 친구들도 그들이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지 않고 이 땅에서 자랐다면 어쩌면 후진적으로 보이는 우리의 교통문화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질 정도로 적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어가 다르고 살아온 문화가 다르기는 하지만 입양인 친구들도 모국방문을 통해 어쩌면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또 경제,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나라가 무척 자랑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엄마나라'의 교통문화가 그들을 어쩔 수 없이 입양보내야 했던 그 시절처럼 여전히 후진적이라면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우리들의 작은 실천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양보하는 안전한 교통문화의 모습을 보여주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엄마 나라'를 방문하고 또 방문하게 될 입양인 친구들에게 교통문화에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드러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