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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5년만의 마라톤 대회 (10KM) 참가 후기

미국에 가서 얼떨결에 시작했던 운동이 마라톤이었다. 마라톤을 권유하던 유학 선배에게 하프 마라톤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 얘기했더니, "That's for losers." (그런 건 못난이나 하는거지.)라는 말에 처음부터 풀코스를 뛰게 되었다.

생애 첫 마라톤 완주기 (샌디에고 마라톤)
두 번째 마라톤 완주기 (LA 마라톤)

마라톤 완주를 2번 하긴 했지만 주은이가 태어나면서, 또 같이 뛸 사람이 없다 보니 계속하기가 쉽지 않아서 쭈욱 쉬었다. 그러다 얼마전 동네에 달리기 모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불어나는 뱃살이라도 줄여보려고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마라톤 완주는 무리고, 또 풀코스 완주에 대한 욕심도 아직은 별로 없지만 10km 정도는 뛰어볼만하겠다 싶어서 지난 토요일 5년만에 마라톤 대회(삼각산 우이령 마라톤) 10KM 부문에 참가하였다.

토요일이고 대회장소 집합 시각도 9시라 좀 여유부리며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아침 6시가 되니 눈이 떠지더니 잠이 안 와서 그냥 깨어있다 아침을 먹고 대회장소로 향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비가 오면 참가를 포기하려고 했다) 다행히도 흐리지만 비는 안오는, 달리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몇 년만에 대회참가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뛴다고 생각하니 즐겁기도 했지만,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언덕길이라는데 너무 처지는 것은 아닐까 약간은 염려도 되었다. 그래도 새로운 첫 시작이니 다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출발신호와 함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괜히 들떠서 오버페이스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천천히 뛰고 있는데, 초반에 내가 추월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6년 전 첫 마라톤때는 내가 추월했던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계속되는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이라 그런지 평지를 뛰는 것과는 달리 힘들다는 생각이 조금 일찍 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르막길 중간중간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래도 나는 쉬지말고 꾸준히 뛰자는 생각에 비포장 산길을 한걸음 한걸음 쉬지않고 내디뎠다.

그렇게 힘들게 (뛴다기 보다는) 겨우겨우 오르고 있는데 선두그룹은 벌써 반환점을 돌아 내려오고 있었다. 언제쯤 반환점이 나타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거기서 1.5km 정도를 더 가니 반환점이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너무 빨리 내려가지 않게 속도조절을 하며 오르막보다는 조금 더 쉽게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그러다 나랑 속도가 비슷한 여자분 한 명을 페이스 메이커 삼아 2km 정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뛸 수 있어서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마라톤 때는 이쁜 여자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녀도 안 혼난다. ^^)

3KM 남았다는 표지가 나타났고, 그 때부터 좀더 스피드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을 목표로 속도를 냈다. 그러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추월해 나가며 골인지점을 향했다. 오랜만에 뛰는 것이라 완주만을 목표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골인하면서도 기록을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시계도 없었고...).  나중에 주최측에서 문자메시지로 온 공식 기록은 1:01:54였다. (10km를 뛴 전체 남자 450여명 중 94등이란다.)


잠시 쉬고 있는데 하프출전자들이 들어오는데 선두기록이 1시간 13분이라는 말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10여km를 더 뛴 것인데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래도 내가 먼저 들어와서 다행...^^)

* 오후 2시에 종현이와 대학로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보기로 약속을 해서, 달리기 모임분들과의 뒷풀이에 참가하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오랜만에 즐겁게 뛸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