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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가을 운동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가을 운동회는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정말 큰 행사였었다. 운동회를 앞두고 한두 달 전부터 프로그램 준비와 아이들 연습시키시느라 바쁜 선생님들, 학원이 없던 그 시절에는 방과후까지 남아 운동회 연습으로 바빴던 우리들, 그리고 운동회 날 가족 소풍처럼 온 가족의 푸짐한 식사를 준비하시던 어머니들. 그 시절의 운동회는 바쁘고 피곤하지만 운동회 자체가 즐거운 동네 큰 행사였다. 그래서인지 운동회때는 학교를 돌면서 나타나는 장사꾼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는 대목이었다.

운동회 때가 되면 나처럼 달리기를 잘 못하는 아이들한테는 좀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달리기 시합에서 꼭 등수 안에 들 것을 다짐하며 은근히 손목에 찍힐 등수 도장을 기대하곤 했었다. 저학년때는 여자 짝궁과 손잡고 행진하라는 말에 그대로 순종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짧고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있었다.

행진곡풍의 음악에 맞춰 올림픽 선수들이 입장하듯 '선수 입장'을 하고 운동장에 늘어선 후 익숙한 "국민체조 시~작!"의 녹음된 구호에 맞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종목별로 학년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따라 선수들은 경기를 진행을 하고 남은 학생들은 응원단이 되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외치며 그 당시 유행하던 온갖 동요와 유행가들을 부르곤 했었다.

20여년 전의 그런 운동회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이번 종현이네 학교 운동회를 찾았다. 좋은 아빠 되겠다고 다닌지 얼만 안 된 직장에 휴가까지 냈지만 이제 나의 어린시절같은 운동회의 그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어 진 것 같다. 미국 초등학교의 운동회(?)도 재미없었는데 이제 한국 초등학교의 운동회도 예전만큼 흥겹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겠지.)

우선 요즘 추세인지 아니면 운동장이 좁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종현이네 학교는 운동회를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오전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저학년들만 하고 고학년들은 오후에 진행하였다. 저학년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특히 나는 종현이네 반만 졸졸 따라 다녔으니까) 열띤 응원전도 없고, 시간은 짧은데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기도 한 것 같다. 각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즐길만한 시간이 부족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웠던 종현이의 한국에서의 첫 운동회 모습을 사진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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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석도 썰렁해)                         (그래도 노란 체육복의 종현이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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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달려 보는거야!)                  (아빠는 한 번도 못해 본 달리기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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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주머니들의 공중부양)                                   (만세!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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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묶여도 잘 뛰네)                       (당연하죠. 업고도 뛸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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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을 때 '좀 뛰었다'는 엄마)          (음식준비보다는 직접 뛰고 돕느라 바쁜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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