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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냉장고, TV, 컴퓨터, 자동차: 무엇부터 마련할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가정환경 조사'라는 것이 있었다. (정확한 명칭인지는 불분명하다.) 담임 선생님이 '집에 TV(혹은 냉장고, 자동차 등) 있는 사람 손들어 봐' 식으로 공개적으로 아이들 가정의 경제수준을 조사하곤 했었다.

아직도 그런 조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현이가 한국 초등학교에 전학한지 3주가 되어가는데 아직 그런 얘기 없는 것을 보니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다행히(?)도 1학기 때 했던지...) 아무튼 종현이를 대상으로 그런 조사를 한다면 종현이는 상당히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로 생각될 것이다. 귀국한지 한 달 가까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갖추지 못한 살림살이가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

냉장고 없이 빌려온 아이스 박스에 시장에서 사 온 얼음을 채워가며 하루하루 버티다가 (주문한 냉장고가 주문이 밀려 배송이 늦어진 이유때문이기도 하다) 며칠전에야 냉장고가 들어왔다. 컴퓨터도 종현이 학교에서 '한글타자 연습' 숙제를 내 주는데 (내가 쓰던 노트북 컴퓨터에는) 한글 자판이 없다보니 (안 그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느린데) 숙제도 못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겨우 마련이 되었다. (책상도 없었는데 그것도 어제 해결되었다.)

아직 TV와 자동차는 예정이 없다. TV야 안 보면 그만이니 버틸만 한데 종현이에게 사 준 Wii 게임기까지 사용할 수 없어서 종현이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 조만간 해결해야 할 형편이다. 그래도 TV가 없다보니 영양가 없고 골치아픈 정치인들 소식 안 봐서 편하긴 하다. ^^  무엇보다 자동차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하긴 한데 비용이 비용인지라 당분간은 자동차 없이 지내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타던 중고차 가격을 생각하니 미국이 자동차 값은 정말 싼 편이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 갔을 때는 냉장고, 자동차, TV, 컴퓨터 순으로 마련이 되었다. (냉장고는 들어간 아파트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대중교통 수단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는 자동차 없이는 정말 살기 힘들다 보니 비용이 제일 많이 들어도 제일 먼저 구입하게 되는 것 같다. 자동차가 있어야 먹을거리도 사고, 다른 살림살이 쇼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쇼핑을 통해 배달시킬 수 있겠지만 매장에서 직접 둘러보기라도 하려면 차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냉장고, 컴퓨터, TV, 자동차 순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 집만 그런가? 아니, 어쩌면 요즘에는 이 4가지가 다 없어도 인터넷이 없으면 안 된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없어도 PC방 이용가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