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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드디어 끝났다!!

마침내 길었던(?) 박사학위 과정이 모두 끝났다.

논문을 끝내고 논문심사위원들의 사인을 받으면서 드는 생각은 약간은 아직 자격이 안되는 것 같은데 학위를 받는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자격부족을 시간상의 압박이란 문제가 해결해 준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이 사인 하나 받자고 지금까지 뭘 한 것일까 하는 허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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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심사위원들의 사인)


오래 전 대학입학 시험이 끝났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었다. 추운 겨울날, 하루 종일 걸린 시험이긴 했지만 문제 수로 따지면 내가 풀어본 문제 수의 1%도 안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A4 용지 절반크기로 인쇄된 합격증을 받았을 때도 기쁘긴 했지만 기계적으로 인쇄된 합격증 하나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나 하는 허탈함이 들었다.

이번 학위과정에는 부족한 나 때문에 진척이 느리기도 했지만, 심사위원들도 각기 사정이 생기고 막판에 심사위원도 바뀌는 우여곡절끝에 사인을 받게 되었다. 내 지도교수가 사인을 해 주면서 보낸 이메일에도 심사위원 세 명 모두 사정이 있었던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It must be unusual for a graduate student to have some problem with all three original committee members ? one deceased, one retired, and one overseas on leave!
우선 심사위원장인 내 지도교수는 이미 은퇴해서 명예교수 신분이 되었고 (수업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니 이후 자주 자리를 비우셨고 지금도 시카고에 계신다), 또 한 분은 작년부터 프랑스 파리로 자리를 옮겼고 (올 여름까지는 우리학교 교수 신분), 다른 한 분은 노령의 명예교수이셨는데 얼마 전 돌아가셔서 막판에 심사위원을 변경해야 했었다. 덕분에 사인을 받기위해 프랑스 파리로, 또 시카고로 서류를 돌려가며 겨우겨우 사인을 받았다.

아무튼 끝났으니 홀가분하긴하다. 이제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의 사인을 받으면 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라 학위에 주지사의 사인이 들어간다. 내가 사인받는 최초의 미국 연예인이라고나 할까? ^^;)

졸업식 무렵 흔히 듣는 이야기처럼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곧 또 다른 시작(commencement)이다. 무엇보다 아는 것도 거의 없는데 박사라는 타이틀이 생겼으니 새로운 시작에 대한 외부의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이 있긴 하다. 그래도 뭐 시작이니까 그 부족함을 "느리지만 꾸준하게" 채워 나가면 되리라 믿고 시작하련다. (아...여기서도 블로그 홍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