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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인터넷 이야기

비행기 자주 타면 우리 프로그램 무료 버전 쓰지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소프트웨어(software) 프로그램을 일일이 사서 쓰기에는 부담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잘 찾아보면 유료 프로그램에 못지 않은 기능이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도 많이 있어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굳이 사서 써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내가 즐겨쓰던 공짜 소프트웨어 중에 워드웹(Wordweb)이라는 영어사전 프로그램이 있다. 영영사전인데 용량도 그리 크지 않고 비슷한 말, 반대말까지 정리해서 보여준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일반 문서파일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단축키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어서 참 유용하게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모르는 단어가 나와 습관처럼 단축키를 눌렀는데 팝업창이 뜨면서 프로그램 사용조건 어쩌고 하면서 "지난 12개월 동안 비행기를 몇 번 탔느냐?"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을 한다. 그래서 지난 번 뉴올리언즈(New Orleans) 다녀온 일, 한국에 다녀온 일이 있어서 2번 넘게 탔다는 항목을 선택했다. 그랬더니, "2번이 넘게 탄게 맞느냐?" 확인까지 한다. 그래서 다시 그렇다고 확인을 해주니 다음과 같은 팝업창이 다시 뜨며 프로그램 창이 닫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로그램 사용조건(licensing terms)에 따라 비행기를 자주 탄 것으로 나타난 나는 더 이상 Wordweb 프로그램의 무료 버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다.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해서 프로그램 사용조건을 살펴보았다.

WordWeb free version may be used indefinitely only by people who take at most two commercial flights (not more than one return flight) in any 12 month period.
(Wordweb 무료 버전은 12개월 동안 민간항공기를 2번 넘지 않게 탄 사람에게만 무제한 이용가능하다.)

당연히 "왜?"라는 의문이 생겼다.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는 사용조건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확인을 눌렀던 모양이다.)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greenhouse gas) 배출량이 1인당 1년에 약 5톤의 이산화탄소(CO2)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되는데 컴퓨터 사용자가 이를 줄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는 향후 기후변화를 가져오고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는 미래에 기근과 질병에 직면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특히 비행기는 높은 상공에서 많은 양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므로 문제라는 것이다.

다시 "온실가스와 Wordweb 사용이 무슨 상관이냐?"는 의문이 생겼다.

사용조건이 웃기다(ridiculous)는 것은 인정하는 데 (환경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낮게 책정된 항공요금과 항공산업의 성장은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기근과 질병을 가져오는 데 이러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런 사용조건을 만들었단다.

또 어쨌든 무료 버전은 비용에 부담이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인데 비행기를 자주 탈 수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사서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affordable)는 것이므로 사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 링크: Licence discussion and references

"그럼, 그 먼 거리를 차타고, 배타고 다니라는 소리냐?" 따지고 싶고, 놀러 다니느라 비행기를 탄 것도 아니고 취업준비하느라 다닌건데 하며 다소 억울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또 환경문제가 특정 환경관련 연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환경문제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 졌고,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문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덧붙임)
다행히도(!) 데스크탑 컴퓨터에 설치한 구버전(4.1)은 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덧붙임2)
처음 제목(비행기 자주 타면 무료 소프트웨어 쓰지마라?)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제목을 수정햇습니다.